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9년 이시이 시로(石井四郞)가 창설했다는 일본
의 생화학 실험기지, 만주 관동군 731부대. 이 부대는 2차대전이 끝나는
1945년 여름까지 쥐나 다른 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무려 35종류의 생
체실험을 자행했던 곳으로 악명높다. 일명 마루타(丸太=통나무)라 불린 실
험 대상자들은 대다수가 한국인을 포함한 중국인 러시아인 등이었다. 그들
은 말 그대로 통나무처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채 생체실험 재료에
불과했으며, 개개인의 번호로만 구분되었을 뿐 이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 부대에서 자행한 실험 가운데 핵심 비밀 중 하나가 산 사람을 실험 대
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한겨울에 알몸인 채로 밖에서 냉동시켰고, 여름이
면 사람을 냉동실에 넣어 실험했다. 또한 원심분리기에 넣고 실험하는 원심
분리실험, 인간의 상처 부위가 외부 압력을 견디는 한계를 알아보는 진공실
험, 두개골을 노출시킨 후 신경을 건드려 움직임을 알아보는 신경실험, 독
가스를 살포해 죽어가는 과정을 연구한 가스실험 등 그들이 자행한 잔혹한
생체실험은 수도 없이 많다. 그 곳에서 처참하게 실험대상으로 죽어간 사람
의 수만 해도 무려 4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숱한 증거물과 증인들이 있음에도 731부대의 존재를 계속 부
정하고 있으나 정작 그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것은 1980년 일본인 기자
에 의해서였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이전까지 이 부대의 존재는
실험자료를 건네받은 대가로 만행을 눈감아준 미국만이 알고 있던 극비 사
항이었다는 것이다.
731부대의 잔학상과 부대의 모습을 재현하는 영구 박물관이 국내에 처음
으로 들어서게 됐다. 한 중소기업인의 집념으로 마루타 유물 1천여점이 모
아졌고, 충남 아산시가 부지 제공과 함께 공사비 일부를 지원해 설립한다
는 것이다. 과거 잘못을 감추기에만 급급해 역사교과서마저 왜곡하고, 총리
까지 자진해서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며 소란을
피워댄 일본이라는 나라. 박물관이 완공됐을 때 계면쩍은 시늉이나마 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박건영(논설위원)>박건영(논설위원)>
마루타 박물관
입력 2001-08-17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08-17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