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의 원로들로 구성된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은 최근 성명서를
발표, 한국사회의 현재상항을 「적과 동지의 2분법으로 가르는데 온힘을 쏟
고 있는 살벌한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모임은 이어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남의 생각과 주장을 받아들일 마
음의 준비를 하고 보수 진보 중도 모두가 당당하게 제 색깔을 드러내 합의
점을 도출해서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제창했다. 국가 이익은 염두
에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과 당의 이익, 그리고 대권욕에만 사로 잡혀 사
사건건 흑백논리와 말 꼬리 잡기식 감정싸움만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은 신물이 나 있는터라 아직도 우리사회에 이러한 목소리가 살아 있
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성숙한 사회는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
하며 윤리 도덕이 살아 있는 사회다. 주역에서는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
(形而下)의 세계가 있다고 본다. 형이상은 사물이 형체를 갖기 이전의 근원
적인 본모습이고 형이하는 감각할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을 뜻한다. 이득이
안되는 장사를 열심히 생각해 내서 이득이 되는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형이
상이고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쫓아 다니는 장사는 형이하의 세계다.
 예술이나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도 원래는 형이상의 세계다. 정치는 국가
를 위해 무엇을 할것이냐는 동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당의 목적이
집권이라고 해서 대권욕에만 사로 잡혀 있다면 이 집권욕이 다른 이익 집단
의 이기주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오늘의 한국사회의 병리는 이러한 이익
집단적인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형이하의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레빈이라는 심리학자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는 지도자
가 하자는 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다른사람에게 대하는 태도
가 감정적이며 사회관계에서도 공격적이고 약한자를 못살게 구는가 하면 파
괴적이라고 분석한바 있다. 집단 이기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가 이
러한 소아적 단계를 벗어나 성숙한 사고와 행동의 형이상적인 세계로 발전
할때가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성정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