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인들처럼 눈물이 많은 민족도 드물성 싶다. 이별 사랑을 할 때
눈물이 있고 슬플 때, 기쁠때도 눈물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
랑의 종말을 보면서 울었다는 서양관객은 없어도 이도령과 성춘향의 안타까
운 러브스토리에 옛날 우리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80년대 까지만해도 영
화는 관객의 눈물을 많이 짜낼수록 흥행에 성공했고 TV드라마도 그래야만
시청률이 높았다. 1971년 12월 정부는 급기야 대중예술 제작에 관한 지침
을 내리면서 “눈물 한숨등 불안 요소를 배제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으나
어디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눈물은 하루종일 펑펑 울어대도 하루 분비량은 기껏해야 1~1.2ml이고 울
고 나면 감정이 가라앉고 눈속의 노폐물이 씻겨 나온다니 조물주의 배려가
신비롭기만 하다. 여성의 눈물은 정신적 카타르시스와 자기 방어용이라는
말도 있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는 '여자의 눈물을 믿지 말라. 마음대로 되
지 않을때 우는 것은 여자의 천성이다'고 했을까.
그런가 하면 얼마전 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출두한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어떤 인사는 기자들 앞에서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눈물을 보이며 해명
했다. 또 어떤 여성은 국회 청문회에서 성경을 들먹이며 눈물을 흘리고 잘
못이 없음을 증언했으나 그 후에 모두가 거짓으로 밝혀졌으니 이는 차라리
악어의 눈물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러나 눈물의 진수는 역시 용의 눈
물이다. “비를 내려 주소서. 모든 악업은 내가 지었습니다. 잘못은 이몸에
게 물으소서.” 한때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TV드라마 '용의 눈물' 마지
막 장면에서 태종은 정권 쟁취시에 수많은 목숨을 빼앗은 잘못을 참회의 눈
물로 용서를 빌고 가뭄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하늘도 이에 감응했다.
각설(却說)하고, 최근 평양축전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중 어떤 사람들은
묘향산 국제친선회관에 전시된 김일성 전 주석의 밀랍인형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니 도대체 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 사람들이 천안의 독립
기념관에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밀랍인형을 보고서도 과연 그러한 눈물을 흘
렸는지…. 그 대답을 듣고 싶다. <성정홍(논설위원)>성정홍(논설위원)>
어떤 눈물
입력 2001-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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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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