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1주일은 8일, 이집트는 10일이었다. 요일 이름에 해와 달과
화, 수, 목, 금, 토 다섯 행성을 갖다 붙인 것도 이집트의 점성술이었다.
그런데 왜 하루 쉬고 6일 일하는 ‘日, 月, 火, 水, 木, 金, 土'의 1주일
로 정착했던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6일간 천지를 창조하고 7일째 휴식
을 취했다는 구약성서 하나님의 창세기를 믿는 유대(猶太)인의 기독교 문명
에서 비롯됐다. 그러므로 1주일에 두 번 쉰다는 것은 신의 천지 창조 정신
에 위배된다고 믿는 종교인이 많다. 또 월요일에 심장마비 확률이 높다는
독일의 슈테판 빌리히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라 ‘일, 월'을 휴무로 정한
독일 기업도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 어쨌든 반공일(半空日)인 토요일이
온공일(全空日)이 됐고 실질적인 캘린더가 '日, 월, 화, 수, 목, 금,
日'이 돼버린 5일 근무제란 참 좋은 세상이구나 하는 표징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일벌(蜂) 시대' 개발 연대와 경제 발전 연대인 60∼70년대엔 토
요일, 일요일도 없었고 근무 시간도 따로 없었다. ‘월, 월, 화, 수, 목,
금, 금'의 연속으로 빨간 요일이란 없었고 밤중도 새벽도 까만 요일의 근
무 시간일 뿐이었다. 그런 ‘블랙 캘린더'의 요일에 빨간 숫자가 좌우로 붙
다니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더욱 신기한 것은 92년말 어느 일본 기업
의 ‘木, 金, 土, 日, 月, 火, 水'로 '土, 日'의 빨간 요일을 중간에 모신
달력이었다. ‘휴일을 중요시하자'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또 아랍권에서
는 금요일이 빨갛고 일요일은 까맣다. 코란의 가르침대로 금요일이 휴일이
기 때문이다. 그들의 달력은 이제 금요일과 일요일이 빨간 요일이 될 참이
다. 주 4일 근무제를 논란중인 독일과 프랑스 등의 빨간 요일은 또 어떻게
배열될 것인가.
그러다간 온통 빨간 숫자 투성이인 ‘레드 캘린더'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유 근무제, 플렉시블 근무제, 재택(在宅) 근무제, 집중 근무 시간
제 등 보다 다양하게 발전할 것이다. 요는 까만 요일의 성과만 좋다면야 빨
간 요일이 며칠이 됐든 그게 무슨 대수랴. <오동환(논설위원)>오동환(논설위원)>
빨간 요일
입력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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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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