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쪽(藍)빛 바다니 코발트(群靑色) 하늘색 바다니 한다고 해서 벽해
(碧海), 창해(蒼海), 남해(藍海) 등 늘 푸른 바다만 있는 건 아니다. 황하
가 흘러들어 늘 누른 바다, 한반도와 중국 대륙 사이의 그 황해(Huang Hai)
부터가 누른 바다(黃海)다. Red Sea, 붉은 바다도 있다. 수에즈 운하부터
떠올리게 하는 바다, 아프리카 동북부와 아라비아 반도 사이의 그 내해가
붉은 바다, 홍해(紅海)다. Black Sea, 흑해(黑海)도 있고 White Sea, 백해
(白海)도 있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 경계에 있는 내륙해로 러시아, 루마니
아, 불가리아, 터키 등이 끼고 있는 바다를 검은 바다, 흑해라 하고 러시
아 북부 바렌츠해(海) 최대의 만(灣)을 하얀 바다, 백해라 한다. 5월 중순
∼10월 초순을 빼고는 늘 허옇게 얼어붙어 있는 바다라고 해서 백해다.
상상의 바다 색깔 또한 다양하다. 해뜨는 동해나 해지는 서해의 그 시뻘
겋게 물든 적해(赤海)뿐이 아니다. 중국의 전설에서 해뜨는 동해 속에 있다
고 믿는 나무가 부상(扶桑)이라는 뽕나무다. 지난 번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든 바로 그 일본 출판사 이름 '扶桑'이고 '내일 아침 뜨는 해를 부상에
매어 두고…'라는 '심청전' 구절의 그 '부상'이다. 그 부상의 동해야 말로
뽕나무 열매인 오딧물에 진하게 물든 자줏빛 바다(紫海)일 것이다. '피바
다'는 상상하기도 싫다. 또 꾀꼬리 울고 꽃이 만발한 때의 경치를 앵화해
(鶯花海)라 한다면 그런 바다는 붉은 바다도 아닌 '울긋불긋한 바다'일 것
이다. 인산인해(人山人海)의 바다 역시 울긋불긋할 것이다. 옥빛 바다도 있
다. 기개가 뛰어나고 거룩하며 지모가 깊은 인격을 금산옥해(金山玉海)라
하기 때문이다. 녹색 바다 수해(樹海)도 있고 하늘의 운해(雲海)도 있다.
검은 구름이면 흑해, 흰 구름이면 '백해'가 아니겠는가.
이런 꿈같은 바다 타령으로만 그치기 에는 남해안의 적조(赤潮) 피해가
너무나 심각하다. 바다 오염에 대한 근본대책이 없는 한 허연 배를 하늘로
드러낸 채 둥둥 떠 있는 물고기 수효는 해마다 더해갈지 모른다. <오동환>
(논설위원)>오동환>
赤潮
입력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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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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