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터넷에 더 많은 포르노사이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
난 해 2월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무척이나 당혹케 했던 글이다. 어
느 짖꿎은 해커가 백악관 컴퓨터에 침입, 이처럼 민망한 글을 클린턴 이름
으로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것도 클린턴이 전 세계 1만여명의 네티즌들과
온라인 회견을 하면서 ‘해킹공격에 대한 보안강화’를 호언장담한 직후였
다. 해킹 당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밝혀져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클린턴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까는 새삼 긴 설명이 필요없을듯 싶다.
 하지만 이 정도는 차라리 애교로 보아줄만 하다. 지난 해 여름 우리나라
월드컵조직위원회 영문 홈페이지는 온통 나라 망신시키는 글들로 도배질을
했었다. “한국에선 장티푸스 소아마비 파상풍 디프테리아 접종을 고려해
야 한다. CIA요원임을 입증하면 월드컵 경기장 입장료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마치 나라 망신시키기로 작정이라도 한듯한 어처구니 없는 글들이
홈페이지를 그득 메웠었다. 월드컵조직위가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악의
에 찬 해커들의 소행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이런 글들이 언
제부터 올려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한다. 답답한 일이었다.
 흔히들 우리나라 전산망이야말로 국제 해커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보안감
시체계가 하도 허술하다 보니 외국 해커들의 연습장이 되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언제 어떻게 당했는지도 몰라 외국 정부와 전문가들로 부터
신랄한 비판과 조롱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반증이라도 하
듯 올들어 7월 말까지 기업과 대학가 등에서 발생한 해킹 피해가 자그마치
3천건이 넘는다는 소식이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의 999건 보다 3배 이
상이나 늘어난 수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나라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다. 정보통신 분
야에선 선진국 수준에 올라 있다고 자처하면서도, 정작 정보 보안엔 도통
관심들이 없었던 것일까. 안이한 탓인지 기술과 능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몰
라도, 이러다 애써 키우는 정보통신 사업이 ‘죽 쑤어 뭐 주는 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