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좋은 학생은 대체로 시험이 없는 평소때부터 꾸준히 공부를 한
다. 공부 못하는 학생일수록 시험전일 벼락치기 공부를 하느라 뒤늦게 허둥
댄다. 이러한 학생이 성적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커닝까지 한다. 지금까
지 우리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이랬나 보다.
 정부 과천 청사 6급 이하의 공무원 직장 협의회가 급기야 올해 국정감사
에서 의원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국감때
마다 같은 정당내에 있는 여러의원들이 똑같은 자료, 비슷한 질문을 이중
삼중으로 하니 그때마다 자료 준비를 해야 하는 말단 공무원들은 항의도 못
하고 죽을 맛이다. 국감을 앞두고 공부못하는 학생처럼 벼락치기 공부를 하
는 이러한 국회의원들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료준비에 매달리느라 행정이 마
비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올해도 마찬가지라
고 한다. 매년 그렇지만 국감이 끝나고 나면 일부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는 국회의원들의 실력과 능력을 평가하는 한담이 오가는 것이 상례다. 이
들 공무원들은 업무를 처리하는 실무자로서 누구보다 소관업무에 정통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자질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입장에 있기도 하다. 이
들 공무원들이 한담에 그친 의원평가를 구체화시켜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엔 자기가 속한 상임위관련 부처의 업무내용을 제대로 파악못하고 있
다가 국감때가 돼서야 부랴부랴 자료를 내라고 성화를 부리는 의원이 있는
가 하면 핵심에서 벗어난 엉뚱한 질문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
다 보니 시급한 행정처리는 뒷전으로 미루어지고 답변준비를 해야 하는 말
단공무원들은 밤늦도록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고생만 했다. 국감이 행정
의 비능률을 부르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 것이다.
 협의회 소속의 한 공무원은 의원들의 정책질의 내용을 모니터링해 결과
를 공개하는 것은 의정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국
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어쩌다 공무원들의 감시를 받기에 이르렀을까. 정치
·행정개혁은 의원들의 의식변화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
이기도 하다. <성정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