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미인'(아키타코마치), '처녀'(쓰가루오토메), '한눈에 반함'(히토
메보레)…. 에로 비디오물이나 영화제목 같기도 한 이들 명칭이 1990년 전
후해서 일본시장에 나온 인기있는 쌀의 브랜드 라면 쉽게 알아들을수 있을
까. 미국의 쌀 개방 압력도 있었지만 일본 농민들은 밥맛 좋은 쌀을 개발,
선전하기 위해 이러한 브랜드개발과 함께 포장지에 무농약 유기농법 재배표
시 생산자의 사진까지 인쇄해서 판매했다. 과연 일본인 다운 발상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다케(佐竹)제작소를 비롯 5개 회사는 각 품종의 쌀 밥
맛의 정도를 알아내는 이른바 밥맛측정계(食味計)까지 개발했다. 당시 시가
로 680만엔에서 2천600만엔에 팔렸다. 도대체 기계가 어떻게 밥맛을 수치
로 계산해서 나타내느냐고 하겠지만 일본인들은 쌀을 가루로 만들어 적외선
을 쏘이고 수분 단백질 아밀로오스 지방산도등을 분석, 100점 만점을 기준
으로 각종의 밥맛값 수치를 계산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곡물검정 협회에
는 전국의 200여 품종이나 되는 쌀밥의 맛을 관능시험해서 데이터를 발표하
는 밥맛 감정 전문위원이 20여명이나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의뢰로 매일 두
종류의 쌀밥을 지어 기준쌀과 비교해서 밥맛을 5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이 직
업이다. 별난직업도 다 있다 하겠지만 미질(米質)을 높이기 위한 그들의 노
력이 엿보인다.
 정부는 최근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내년부터 쌀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
으로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했다. 쌀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생산량은 늘어나
는데다 값싼 양질의 외국산이 들어올것에 대비한 정책 전환이다. 이러한 가
운데 농민들도 '초록매실쌀' '인삼쌀' '버섯쌀' '홍화쌀'등 기능성 쌀을 개
발해서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주 이천 김포등 경기도산 쌀의 품질에 관한 명성은 이미 전국적으로 알
려져 있다. 국내 제일의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농민들과 도 당국의 지
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있어야 할 때다. 이와함께 기능성 쌀에 대한 국세청
의 부가세 부과 방침도 재고 돼야 한다. 쌀은 주식이고 그래서 안보 차원에
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정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