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12개의 강한 것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돌. 그러나 돌은 쇠
에 깎인다. 쇠는 불에 녹고 불은 물에 의해 꺼지고 물은 구름에 흡수된다.
구름은 바람에 날리나 사람은 날리지 못하고 사람은 공포에 떤다. 공포는
술로 달래지며 술은 잠을 자면 깨이고 잠은 죽음만큼 강하지 못하다. 그러
나 이러한 죽음도 사랑에는 이기지 못한다. 즉 12개의 강한 것중 사랑이나
애정이 가장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춘원 이광수도 “사랑은 주는 것이
오, 가지는 것이 아니다. 한량없이 주고 마침내는 목숨까지 주어버리는 것
이 사랑이다”고 말해 진정한 사랑은 목숨까지 포기하며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나 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사랑의 진수를 보여주는 고전은 뭐니뭐니 해
도 62년전 박계주의 '순애보'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최문선은 익사직전
에 구출한 인순과 옛 소꿉친구 명희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애욕과 순정사이
를 헤매며 강간 살인누명을 쓰고 원수에 대한 용서 사랑으로 승화시켜 나가
는 기독교적 사랑을 그렸다. 서양의 사랑에 관한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물론 몇해전 상영된 영화 타이태닉에서도 예외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으로 끝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 무
엇도 사랑을 이기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숀! 저예요.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미국 테러 대참사시 승객중
멜리사라는 여인이 남편 숀 휴즈에게 휴대폰을 통해 이말 한마디를 남겼다
는 신문보도는 많은 독자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멜리사, 사랑해 내
가 지금 갈게. 기다려”라고 소리쳤지만 허사였다. 케네스라는 남자도 펜타
곤에서 일하다 숨진 아내로부터 이와 비슷한 내용의 휴대폰 메시지를 받았
다. “아내가 지금도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현장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의 말은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
린다.
테러범과 그 지원국가에 대한 미국의 보복은 이제 시작됐다. 그렇다고 해
서 이들 부부들의 사랑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성정홍(논설위원)>성정홍(논설위원)>
사랑과 죽음
입력 2001-09-18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09-18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