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사람치고 부자(富者) 되기를 마다할 이는 드물다. 마다하긴 커녕 될수록 많은 돈을 모아 풍족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게 대부분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다. 심지어 돈만 벌 수 있다면 남의 몫을 가로채고 속이고 도둑질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황금 손’이야기가 그토록 오래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도 다 이같은 탐욕과 어리석음 때문이리라.
잘 알려진 바처럼 미다스는 ‘손에 닿는 것은 모조리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부탁했고, 신은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미다스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식을 먹으려고 손을 대면 금세 딱딱한 황금으로 변해 먹을 수 없었고, 물을 마시려 해도 곧 굳어져 마실 수가 없었다. 견디다 못한 미다스는 다시 신에게 매달려 이 엄청난 재앙에서 구해줄 것을 애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해 한 대학생이 소액 주식투자로 일약 거부가 됐을 때, 많은 이들은 ‘미다스의 황금 손’을 떠올리며 무척 부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500만원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든지 2년여만에 종자돈을 자그마치 30억원으로 불렸던 것이다. 그것도 주식입문서 등을 보며 독학으로 자신만의 투자비법을 가다듬은 결과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렸다고 했다. 사람들은 놀라움과 부러움 속에 그를 주식신동이라 불렀고, 어느 회사에선 그를 특별사원으로 채용한다고까지 했었다.
바로 그 대학생이 주가조작 사범으로 구속됐다. 수시로 허위 매수주문을 내는 데이트레이딩(단타매매)을 통해 불과 4~5개월 사이 3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다. 다시 말해 PC방 등지에서 정상가격으로 주식을 산 뒤 대량으로 매수주문을 내 활황세를 타는 것처럼 꾸민 다음, 비싼 값에 자신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주문을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역시 ‘미다스의 황금 손’은 신화일 따름이었나 보다. 미다스는 남을 속이거나 등친 것이 아니었는데도 신의 벌을 받았다. 그렇다면 숱한 이들을 속여 해를 끼친 주식신동(?)에겐 무엇이 기다릴까.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