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대(上代)의 선녀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불로장수했다는 삼천갑자 동방삭(東方朔)에게는 장수'했다'는 과거형 시제가 적합치 않다. '삼천갑자'라면 3천×60=18만의 18만살이나 되는데 중국 역사라고 해야 1만년도 안되기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까마득히 '살아갈'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대춘(大椿)도 1만년을 살았다고 해서 '대춘지수(大椿之壽)'라는 말이 생겼다. 기독교 성경의 아담도 130세에 아들을 얻고 930세까지 살았다고 했다. 같은 '창세기'에 나오는 셋(Seth)의 향년도 912세였고 그의 후손인 에노스가 905세, 게난이 910세, 야렛이 962세, 므두셀라가 969세나 살았다. 우리 단군 할아버지는 어떤가. 북한 '력사사전'을 보면 단군의 통치 기간은 1천500년이나 되고 아담의 2배인 장장 1천908년이나 살았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속세 인간의 수명은 그렇지 못했다. 구석기시대 중국 원인(猿人)의 평균수명은 13∼14세에 불과했고 진(秦)∼한(漢)까지만 해도 평균수명이 20세를 넘지 못했다. 그러길래 자고로 60년만 살아도 장수 잔치를 벌였고 70을 살기란 고래로 드물다고 했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관동별곡'에서 '백발도 하도할샤'라고 해서 백발을 읊었을 때도 그의 나이 45세에 불과했고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가 '선상탄(船上嘆)'에서 '늙고 병든 몸'을 읊었을 때도 그의 나이 45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 16∼17세기는 물론, 지난 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100살을 산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최장수국인 일본은 지난 9월초 현재 100살 넘은 노인이 1만5천475명이나 된다. 65세 이상이 15%를 넘는 '고령 사회'가 된 지 오래다.
우리 나라도 지난 해 이미 65세 이상이 7.3%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장수도 좋지만 어떻게 보람있고 생산적이며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국가가 할 일은 바로 그 점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