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인 1952년, 한때 미군병사로까지 근무했던 한 남성이 하루 아침에 금발 미녀로 바뀌어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틴 조겐센이란 이름의 그녀는 원래 조지 조겐센이라 불리며 뉴욕에 살던 20대 남성이었다. 그는 1950년 코펜하겐으로 가 2년 동안 다섯차례의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 사실을 거리낌없이 언론에 공개해 세계 최초의 성전환으로 공인받았다.
서양 의학계에선 이미 1920년대에 성전환 수술을 시작했다. 단지 환자의 비밀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조겐센은 과감하게 자신의 성전환을 공개함으로써 성에 대한 인식에 대전환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자신의 성징(性徵)에 이상을 느끼고 남몰래 고민하던 숱한 이들이 홀가분한 심정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조겐센’하면 단연 하리수씨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 역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을 뿐 아니라, 떳떳이 이 사실을 밝힘으로써 되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성전환 수술 역사는 그리 짧지 않지만, 하리수씨처럼 공개적으로 사실을 밝힌 이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그녀는 빼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모델에서 가수 MC로까지 데뷔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지금껏 숨어서 고민하던 숱한 성전환자들도 큰 용기를 얻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엔 법적인 문제 등을 포함, 성전환자들이 넘어야할 벽이 여간 높지 않은 모양이다. 오죽하면 얼마 전엔 국회의원까지 나서 “법원은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에 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성전환자들은 주민등록번호 숫자 하나 때문에 직업의 자유를 위협받고, 혼인의 자유와 가족구성 권리를 상실당하고 있으며, 성폭행을 당해도 강간죄로 고소할 수 없는 처지다.”
아닌 게 아니라 하리수씨 같은 이들이 징병검사라도 받게 된다면 어찌될는지 꽤나 궁금하다. 스웨덴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선 판례나 특별법을 통해 ‘새로운 성’을 인정해주고 있다고도 하던데….
- 박건영 논설위원
성전환과 법
입력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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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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