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가난이 있었고 푸근한 인정이 있었다. 어눌하면서도 투박한 사투리, 그러나 서로를 아껴주는 이해심이 담겨있다. 기찻길, 맑은 물소리, 산속의 새소리가 들리고 멀리 지평선등 추억속에 아름답게 각인돼 있는곳. 고향 ―. 귀향의 계절 중추가절(仲秋佳節)이다. 내일부터 10월3일(개천절)까지 4일 연휴이다. 오늘이 토요일 이어서 토요 휴무인 사람은 무려 5일간의 황금연휴다. 이미 어젯밤 부터 전국의 고속도로는 추석(10월 1일)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커가 말했듯이 귀향이란 삶의 근원으로 돌아 가는 것이다. 도회생활에서 힘겹고 고통스러울수록 귀향행렬은 그래서 더 길어지는가 보다. 그곳에는 가족의 따뜻함과 이웃의 훈훈한 인정,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정지용은 시 '향수'에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중략)…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라고 자신의 고향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향도 시대변화와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는 '고향'이란 시에서는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중략)…어린시절에 불던 풀피리소리 아니 나고 /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며 그리던 것과는 달라진 고향의 모습을 노래했다. 일제에 강점당한 고향과 현실속의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서 그에게 고향은 더 이상 꿈속에 그리던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다.
30년만에 고향을 찾은 한 재독(在獨)교포가 최근 한달동안 전국을 여행하고 난 후 한 말이 생각난다. “한눈에 봐서 도농간, 빈부간 격차가 너무 컸어요. 이렇게 심각할줄은 몰랐습니다.” 이땅에 몸담고 사는 우리들은 앞만 보고 살아오다, 또는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더 악화된 고향의 현실이나 이웃의 모습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니었는지. 모처럼의 황금연휴를 가족과 함께 관광에 나서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나 고향친척이나 불우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의 정이 더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성 정 홍 (논설위원)
귀향의 계절
입력 2001-09-29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09-29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