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을 겪은 세대 가운데 C-레이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성 싶다. C-레이션은 미군들의 1일 비상식량으로 한국전쟁을 통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이 C-레이션 박스안에는 버터 치즈 외에도 깡통안에 햄 소시지 칠면조고기 비스킷 초콜릿과 커피 설탕 프림 건포도에 심지어는 화장지까지 무려 24가지정도의 필수용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C-레이션 말고도 미국의 육류음식 문화를 한국에 뿌리내리게 한 것은 6·25당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햄 소시지등 각종 육가공품들이다.
그러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육가공품을 한국적 음식으로 정착시킨 것은 당시 미군이 가장 많이 상주했던 도내 의정부 음식점들이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재료를 사용한다해서 '부대찌개'로 이름 붙여진 이 음식은 말하자면 최초의 한미 합작품이었던 셈이다. 우리 입맛에 맞도록 각종 채소와 마늘 고춧가루등 양념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부대찌개는 술안주로도 그만이고 밥을 곁들여 식사용으로 인기를 모았다. 지금은 햄 소시지등 관련 식품업체들이 상품판매전략으로 조리법까지 상세하게 소개할 정도로 발전해 전국적인 대중음식의 한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도내 파주일대의 일부 음식점에서 미군들이 먹다 남긴 쇠고기 소시지등 육류 쓰레기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팔아 오던 음식점주인과 이를 공급해온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대찌개 애호가들의 입맛이 싹 달아날 일이다. 이때문에 부대찌개 원조인 의정부의 음식점에 손님이 딱 끊겨 파리를 날리고 있다고 한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쓴 마빈 헤리스가 이 책에서 '점점 더 팔기 좋은 것이 먹기 좋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식생활은 어느때보다 일방적인 형태의 비용, 즉 이익계산에 의해 구속돼 가고 있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부대찌개를 두고 한 말인 것 처럼 들린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팔기 좋다고 해서, 또 이익이 난다고 해서 쓰레기까지 음식으로 둔갑시켜 손님들에게 내 놓는 것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월드컵 축구를 앞두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成定洪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