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테러보복 전쟁이 드디어 시작됐다. 이번 미국의 테러보복전쟁은 10년 9개월전 걸프전쟁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전쟁의 정당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국제적인 질서유지활동의 하나로 미국이 세계경찰국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보복대상국에 대해 미국이 철저히 고립주의를 취하고 있다는 것도 아라크에 대해 무력제재를 한 걸프전과 유사하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걸프전 때처럼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동원될 것이란 점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이나 폭력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도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서 전쟁이나 폭력을 행사해주는 것을 전제로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은 소설가 조지 오웰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91년의 걸프전을 앞두고 70%의 석유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식자간에 찬반이 엇갈렸다. 반대론자들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들먹이며 전쟁은 폭력이고 폭력이 나쁜 것처럼 전쟁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평화 안전보장 연구소 회장인 이노키 마사미치(猪木 正道)같은 사람은 “악질적인 폭력과 이를 억지하고 제압하기 위한 폭력은 구별돼야 한다”며 미국의 걸프전 수행을 적극 지지했다.
걸프전 당시 전쟁은 미국이 수행하고 이익은 일본이 챙긴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일본까지도 이번에는 과거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미국의 테러보복전쟁에 자위대파견을 검토하는 등 적극지지에 나섰다. 미국은 또 아프간을 다른 중동국가로부터, 아프간 지도자들을 민중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등 철저한 고립주의를 펴고 있다.
전쟁의 결과를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악질적인 폭력(테러)세력을 비호하며 국민들에게 지하드(聖戰)를 독려하는 아프간지도자를 보며 1945년 4월 30일 자살한 2차 세계대전의 주범 히틀러가 남긴 마지막말이 생각난다. “이 전쟁은 진 것이다. 이 전쟁에 패함으로써 독일민족은 살아남을 자격을 상실했다.” 아프간 지도자들은 지금 히틀러처럼 국민들의 생명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성정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