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訪日)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21세기 한
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비로소 양국은 근·현대사의 오랜 반목
과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밀월시대’로 접어드는가 싶었다. 그리고 이
를 뒷받침하듯 한국은 그동안 금기로 여겨오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빗장
을 풀기 시작했고, 일본도 한국 학생들에 대해 취업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자못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난 해 일본 우익단체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
는 모임’에서 만든 중학교 역사교과서 내용이 밝혀지면서 모처럼의 화해무
드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교과서는 군대 위안부 문제 등 일제(日帝)의
가해(加害)역사를 감추고, 전쟁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아 한국 중국 등의 강
한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일본 문부성은 지난 4월 이 책의 검정을 승인,
결국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발전했다. 여기에다 고
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지난 8월 13일 태평양전쟁 A급 전
범들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 양국관계는 최악의
경색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런 터에 돌연 고이즈미 총리가 오는 15일
방한한다고 하자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했다. 그러다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
시 자신의 신사 참배 및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
지 뜻을 전달할 것이란 소식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수긍이 가는듯 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
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
근 도쿄신문이 전했다. 한술 더 떠 ‘러시아와 일본이 남쿠릴열도 주변수역
에서 한국 등 제3국 어선들의 조업금지에 합의했다’고 일본신문들이 일제
히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한국은 꽁치 원양어획량의 40%를 차지하는 황금
어장을 꼼짝없이 잃을 판이다.
일본이 뒤통수 치기 명수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 역시 속절
없이 당했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다. 정부는 진정 그 일들을 까맣
게 모르고 있었을까. <박건영(논설위원)>박건영(논설위원)>
뒤통수 치기
입력 2001-10-10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10-10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18 종료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이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온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를 '화성시·평택시·이천시'로 발표했습니다. 어디에 건설되길 바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