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무려 20㎏이 넘게 체중을 줄이고 날씬한 모
습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왔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놀라고 감탄했었다. 게다
가 ‘여자로서의 행복을 찾고 싶어 하루 7㎞씩 걸으며 지옥의 다이어트를
감행했다’고 밝혔을 때는 아예 존경과 부러움을 담은 박수갈채를 보내기
도 했다. 얼마 뒤 지방흡입수술 및 가슴축소수술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져
다소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크게 나무라는 분위기는 아니
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 하나,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자신의 약점을 개
선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기 때문이었다.
사실 성형수술은 이제 사회적인 풍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성형수술을 받는
다고들 한다. 취업 때 실력이 좀 모자라도 외모를 보고 사람을 뽑으니 어
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이같은 풍조를 반증이라도 하듯, 최근 고려대 여학생
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80%가 ‘외모가 사회에서 능력으로 통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렇게 응답한 여학생의 85%는
‘외모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고도 한다. 심지어 ‘외모가 성격에 많은 영
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학생도 65%나 된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외모보
다 중요한 건 마음의 자신감이다’라는 식의 점잖은 타이름부터가 ‘세상물
정 모르는 소리’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얼마 전 유방확대수술을 받던 한 여대생이 수술도
중 숨진 것이다. 물론 성형수술 사고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죽음에까지 이르게 됐다면 아무래도 문제는 심각하다. ‘과연 목숨까지 걸
정도로 겉모습에 집착해야만 하는가’ ‘무엇이 이들을 죽음에까지 몰고가
는가’하는 식의 개탄이 나옴직 하다. 비록 ‘세상 모르는 소리’만 한다
고 핀잔을 받는 한이 있어도, 이쯤되면 ‘외모 집착병에서 벗어나라’는 타
이름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보다 심각한 문제
는 능력에 앞서 외모부터 따지려드는 사회풍조에 있다고들 하겠지만. <박>
건영(논설위원)>박>
외모 집착병
입력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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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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