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은 변신의 대명사처럼 돼있는 파충류 동물이다. 양쪽 눈을 360도
로 따로 따로 움직여 주위를 경계하거나 먹이를 찾는다. 빛의 강약, 온도,
감정의 변화에 따라 몸의 색깔을 바꿔가며 자신을 보호한다. 먹이가 사정거
리에 접근하면 머리 몸통을 합친 것 보다 더 긴 혀를 뻗어내 잡는다. 그래
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소신이나 신념을 수시로 바꾸고 이익을 챙기는 사람
을 카멜레온이라 부른다.
 독일 작가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독신 세일즈맨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해 절망적인 세계속에 유폐된 소시민의 생활을 대변한다. 그레고르는
회사에서 해고될 것이 두려워 결근을 자주 한다. 그의 결근이 공금횡령 때
문이라고 오해한 회사의 지배인이 나타나자 그는 갈색벌레의 모습으로 변한
다. 그레고르는 사람의 말은 알아 듣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못알아 듣는
다. 고독과 불안의 생활을 계속하다 그는 열등감, 불면, 식욕부진으로 어느
날 죽고 만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레고르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갖게 되고 소
설 '변신'은 아직까지 불후의 명작으로 남는다. 만일 그레고르가 카멜레온
으로 변신했다면 명작으로 남았을까.
 최근 여당에서 야당으로 변신한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행보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13총선 직전 여당에서 야당으로, 총선후엔 다시
여당으로, 내년 지자체장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최근 또다시 야당으로 기
회 있을때 마다 옷색깔을 바꿔나가는 김 총재의 모습이 마치 카멜레온을 보
는 듯 하다. 이미 자신의 시대를 끝낸 김영삼 전대통령과 만나 신당의 연기
를 피우는가 하면 지난 10일에는 “누구 밑에 들어가고 싶어도 그럴 사람
이 없다”며 내년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시선을 무시한채 자신의 편의에 따라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민주주의는 영국의 처칠이나 글레드 스턴, 로이드 조지, 가깝게는 대처수
상이 그랬듯 정치지도자와 국민간 깊은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는 지금 경제적 어려움 보다 더 심각한 정치지도자들의 대 국민의식 빈곤이
란 큰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 <成定洪(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