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워'가 아닌 '소프트 워(soft war)'라고나 할까. 제트기, 포탄, 미
사일보다는 소리 없는 생화학 무기가 더 무섭다. 가까운 예로 베트남전의
고엽제(枯葉劑), 95년 일본의 옴 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살포한 사린가
스, 98년 후세인이 쿠르드족에게 실험한 독가스 등이 화학무기라면 탄저
균, 폐페스트, 보툴리누스 등 세균이 즉 생물무기다. 한 마디로 전자는 독
약과 가스, 후자는 세균이다. 200만 후유증 환자가 5만명의 기형아를 낳은
베트남전 고엽제만 해도 미군이 2차대전 종료 직전 일본에 뿌리기 위해 준
비한 것이었다. 일본의 곡창지대에 B-29로 고엽제를 살포, 한창 익어가는 8
월의 모든 곡물을 말려 죽인다는 것이 45년 5월 미 화학부대의 육군 보고서
였고 전쟁이 11월까지만 갔어도 원폭 투하보다 고엽제 살포가 먼저였을 것
이라고 현대사의 권위자인 스탠포드대 번스타인 교수는 증언한다.
그런 화학무기가 문제가 아니다. 탄저균 10g이 독가스 1t과 맞먹는 소
름끼치는 세균무기를 일본은 물론 미국도 이미 개발 중이었고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전쟁이 오래 가면 세균전이나 가스전도 불사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때 만약 가공할 탄저균이나 폐페스트균이 일본에 뿌려졌더라면
원폭 피해보다도 수십배는 더했을 것이다. 스커드미사일 한 대 장착 분량
도 안되는 6㎏만 뿌리면 60만 워싱턴 인구가 전멸하고 10㎏만 뿌려도 서울
인구의 절반은 사망한다는 탄저균이다. 피부 침투보다는 공기를 통한 흡입
이 무서워 일단 폐로 흡입하면 호흡 곤란과 악창(惡瘡)으로 거의가 사망한
다.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이미 1881년 개발했다지만 우리에겐 아직 백신도
없다. 미국의 탄저병 공포 확산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한데 일찍이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치료에 숯을 이용했고 페스트, 즉 흑
사병(黑死病)처럼 새까맣게 죽어간다고 해서 숯 탄(炭), 악성종기 저(疽)자
의 탄저병은 식물과 동물의 경우이고 사람의 병은 탄저병이 아니라 '비탈저
(脾脫疽)'라 이른다. 탄저열(炭疽熱), 비저병(鼻疽病)이라고도 한다. <吳>
東煥(논설위원)>吳>
생화학전
입력 200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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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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