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초 미주판 한국일보에 보도된 일화 한토막. 미국 명문대학 재학
중 4년동안 전과목 A학점을 받은 한 학생이 하버드 의대에 입학원서를 냈
다. 그러나 낙방했다. 이학생의 부모가 하버드 의대에 그 이유를 따져 물었
고 다음과 같은 회신을 받았다. “귀하의 자제는 학업성적이 아주 뛰어나
다. 그러나 재학중 헌혈이나 봉사활동을 한 기록이 전혀 없어 인간의 생명
을 다루는 의사가 되기에는 적합치 않다.” 미국의 학교나 사회에서는 이처
럼 학생을 평가할 때 성적 하나만 보지 않는다. 성적보다 그외의 창의성 지
도력 봉사활동등 다른 분야를 종합적으로 본다. 그러나 성적이 가장 중요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재미 한국학생들이 SAT(한국의 고교 수능시험에 해당)시험에서 만점을 받
았다는등 우수성을 알리는 보도를 종종 신문에서 접한다. 이러한 한국학생
의 실력은 클린턴 전대통령이 “한국학생들의 수학실력을 따라잡자”고 공
언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1964년 미국 존슨대통령도 미국 학생들의 학습
열을 고취하기 위해 The Great Society(위대한 사회)건설 계획의 하나로 대
통령 장학생제도를 만들었다. 과학기술 박물관으로 유명한 스미소니언연구
소의 역사가였던 N·라인골드에 의하면 미국은 19세기초 영국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과학 기술분야에 애증이 엇갈린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
래서 이 당시 미국은 유럽유학경험이 없이는 미국내에서도 떳떳한 학자로
대접받지 못할 정도였다. 존슨의 대통령장학생 선발제도 신설이나 클린턴
이 학생들에게 수학실력을 높이자고 촉구한 발언등은 이러한 컴플렉스를 딛
고 학문분야에서 세계 제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정부는 최근 고교3학년 대학4학년생을 대상으로 매년 미국식 대통령 장학
생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장학생은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하는
학생상(像)의 모델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뒤떨어진 과학기술과 인문분야등 학문의 수준과 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학생의 선진외국 유학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成定洪(논>
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