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훌륭한 행위나 인격 따위를 높여 공경함.’ 존경(尊敬)이란 단어
의 국어 사전적 풀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귀감(龜鑑)이 되어 많은 이
들로부터 우러름을 받을 수 있는 행위나 인격에 대한 대접이라 할 수 있겠
다. 따라서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우러름의 대상이 된다는
뜻에서 자못 흐뭇하고 보람된 일이리라.
 하지만 요즘 한국의 어른들은 보람과 흐뭇함 보다는 실망과 서운함을 한
결 뼈저리게 느낄듯 싶다. 안타깝게도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17개 국가 중
어른들에 대한 한국 청소년들의 존경심이 가장 낮은 꼴찌로 나타났기 때문
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올해 초 역내 17개 국가의 만 9~17세 청소
년 1만여명(한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가 그렇다. ‘어
른을 매우 존경한다’고 응답한 우리나라 청소년은 불과 13%로 17개국 평균
치 72%와 비교해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어른을 전혀 존경하지 않는
다’는 응답 또한 20%로 평균 2%의 열배나 됐다. ‘권위있는 인물’에 대
한 존경심도 꼴찌였다. 즉 그들을 ‘매우 존경한다’가 5%에 그친 반면,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는 자그마치 52%나 나왔다.
 이쯤되니 많은 어른들이 서운해할 뿐 아니라 심지어 분노하고 한탄한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너무 슬프고 참담하다. 장유유서(長幼有序)를 그토
록 중히 여겨왔건만 이제는 위 아래도 없이 질서가 무너진 탓이다.’ 사뭇
원망조의 푸념을 늘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편으론 ‘어른들이 아이들
의 귀감이 되어주지 못한 때문’이라며 뒤늦은 자성론도 제기된다. ‘부끄
러워할 줄 모르고, 이리 저리 패거리로 찢겨 나뉘어 상호 불신과 의혹으로
넘쳐나며, 이익을 위해서라면 진흙탕 싸움도 마다않는 어른들. 이런 주제
에 존경을 바란다면 그게 되레 이상한 일 아닌가.’ 반문하고 자책하는 목
소리들이 꽤나 드높다.
 마치 이제 비로소 가슴깊이 깨달았다는듯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한다. 진작
부터 알았다면 적어도 꼴찌는 되지 않았으리란 회한인듯도 싶은데, 글
쎄…. 예전엔 정말 미처 몰랐을까.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