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홀로 태어난다. 쌍둥이도 손잡고 발맞춰, 화음 이룬 고고(呱呱)의 소리도 출생하지 않는다. 죽을 때도 따로따로다. 일심동체라는 부부도 함께 죽지 않는다. 각자 아프고 홀로 힘들고 즐겁고 슬프고 홀로 노하며 마음 따로 몸 따로 홀로 떠난다. 인간이란 본원적으로 나 홀로 고독체(孤獨體)다. 특히 이 시대의 특징은 '공간의 우주선화(宇宙船化)' '캡슐 인간화'다. 캡슐 호텔에서 갖가지 정보를 수신하는 사람, 퍼스널 컴퓨터와 마주앉은 비즈니스맨, 비디오 게임의 레버를 놓지 않는 어린이, 교통 정보를 듣고 달릴 길을 선택하는 드라이버, 통신위성을 이용해 데이터 뱅크에 정보를 입출력하는 기술자, 무균실(無菌室)을 조작하는 연구원, 경비행기 단독 조종사, 로봇 조종자, 지하철 홀로 운전사, 재택(在宅) 근무자, 화상(畵像) 회의자 등 모두가 '캡슐 인간'으로 '성인용 인큐베이터'에 나 홀로 앉아 있다. 다시 말해 '인간=기계'라는 등식에 강력한 액센트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홀로'라는 말에 굳이 '나'를 붙이는 것은 미국 MGM 영화사의 90년대 초 영화 'Home Alone'을 '홀로 집에'가 아닌 '나 홀로 집에'로 번역하면서부터였다. 부모가 일을 나가 홀로 집을 지키는 귀여운 아역 배우 컬킨으로부터 나홀로 차, 나 홀로 전화, 나 홀로 근무, 나 홀로 분투 등 '나 홀로'라는 말은 봇물을 이루었다. 어쨌든 2000년 인구 센서스 결과 '핵분열 가족'인 '나 홀로 가구' 1인 가구가 15.5%인 222만 4천가구나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결혼 기피의 독신자, 홀로 사는 노인, 높은 이혼율에 의한 독거(獨居), 직장 이동 등에 따른 홀로 때문이고 나 홀로 캡슐 속 업무의 증가 탓이다.
'고독을 사랑하는 자는 야수 아니면 신'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믿지 않는다. 눈치도 구속도 없고 절충도 합의도 필요 없는 자유 공간의 주체적 독거를 집중적인 자기 발전의 응집으로 몰아갈 수 있는 등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인간 섬(島), 모래알 인간의 이기·배타주의가 갈수록 심화(深化)시킬 이 삭막한 세상을 어찌하랴. <오동환(논설위원)>오동환(논설위원)>
나 홀로 가구
입력 2001-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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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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