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유난히 몹집이 큰데다 “큰 것이 더 좋다”며 ‘뚱보’를 되레 자랑스러워 하던 폴리네시아인들. 그들도 지난 1995년부터는 범국민적인 대대적 체중감량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헤비급이다 보니 고혈압 심장질환 등 성인병이 국민건강을 크게 위협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국민 정서도 크게 바뀌었다. “볼륨있는 것이 아름답다”던 전통적인 미적 감각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날씬한 것이 멋있다”는 말이 나오게끔 된 것이다.
“넉넉한 음식과 기술발전이 가져온 편리한 생활로 지금 세계 인류는 급속히 살찌고 있다.” 올해초 세계환경연구단체인 월드워치 연구소가 발표한 인류의 식사, 신체활동에 관한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이 보고서는 지금 지구상의 살찐 인구는 그 숫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몇몇 나라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 과체중 인구가 자그마치 2~3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또 비만인구가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녹색혁명과 농업기술 발전으로 먹을 것이 많아진 것 말고도 기술발전으로 사람이 일을 덜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정말 ‘웬만큼 살게된 나라’치고 비만과의 전쟁을 거론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는 그 정도가 한층 심각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선 요즘 살빼기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집단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필라델피아 같은 곳에선 시 당국이 직접 나서서 비만과의 전쟁을 1년 가까이 벌여오고 있다고도 한다. 지난날 폴리네시아인들을 연상케 해준다.
살빼기라면 우리나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거르기는 예사고, 살빼기 효과가 좋다는 갖가지 식·약품을 다투어 찾는 이들이 꽤 많다. 그만큼 우리도 ‘풍요’를 구가할 때가 되기는 된 모양이다. 분명 괜찮은 현상일듯도 싶은데, 다만 건강보다는 오로지 미(美)의 추구만을 위해 억지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 많다니 그게 좀 언짢다. 아직까지 사회 구석구석에 적잖게 남아있는 노숙자 결식자 등도 마음에 걸리고.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