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그의 명저 '아시아의 드라마'에서 부패의 민속(Folklore of Corruption)에 관해 썼다. 그는 아시아 각국의 부패상을 정치부패 경제부패 관리부패로 구분하고 부패를 잘 돌아가지 않는 뻑뻑한 기계에 비유했다. 정치 경제라는 기계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기름을 치는것과 같다는 것이다. 뮈르달은 이처럼 썼지만 부패란 아시아국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80년대 후반 미국의 상원의원 5명이 링컨 은행으로부터 139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받고 이 은행의 감독을 맡고 있는 연방주택은행의 관리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한적이 있다. 그럼에도 링컨 은행은 파산했고 이들 5명의 의원은 감사지연과 은행의 부실악화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들 의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선거구민에 대한 봉사활동이었고 선거자금도 법정한도내에서 받았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정치윤리학자 톰슨의 견해는 다르다. 톰슨은 이들 의원의 행위를 '매개된 부패'라고 규정했다. '매개된 부패'는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고 사적이익을 취하는 기존의 부패개념과 달리 정책결정 과정에 공개경쟁이나 토론등 민주적 절차가 있었는지가 부패의 핵심기준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패 방지법에서는 '지위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공공의 복리를 침해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일체의 행위'를 부패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의 내용으로만 보면 기존의 부패개념과 톰슨의 견해를 모두 망라한 최고의 부패 개념이다.
최근 코스닥등록 예정기업인 C사의 유상증자과정과 관련, 피해자와 담당검사가 나눈 녹취록이 공개돼 세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내의 분당백궁 정자지구의 제2수서 비리 의혹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일련의 의혹사건을 보면서 뮈르달이 말한 정치 경제 관리부패가 아닌 이 세가지를 종합한 복합적인 부패상들이란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최고의 법정의(法定義)만 있다면 뭐하나. 이를 철저히 실천하고 의혹을 말끔히 풀어줄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성정홍(논설위원)>성정홍(논설위원)>
부패의 기준
입력 2001-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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