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란 '대단히 중요한 사람(very important person)'이라는 뜻이지만 VIP도 VIP나름이다. 국가 원수쯤 되면 'very' 하나만 가지고는 모자란다. 더구나 미국을 비롯한 4대 강국이나 G7 국가 원수쯤 되면 'very'가 5개쯤은 붙는 '대단히 대단히 아주 대단히 중요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선가 어제 막을 내린 APEC 정상회담의 상하이(上海)는 사상, 지상 최대의 VIP 경호 작전을 펼쳤다. 20만 보안군이 철통같은 경계를 펼쳤고 상하이 상공엔 일체의 항공기와 글라이더, 열기구도 뜨지 못하게 했는가 하면 부시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입국할 때는 8대의 수호이 27 전투기가 초계비행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아예 17∼19일의 연휴를 실시, 주 5일 근무제에 따라 20, 21일까지 5일 연휴가 되도록 한 것이다.
APEC 관계자 외에는 개미새끼 하나 얼씬도 못하도록 상하이를 꽁꽁 얼어붙게 한 이유는 그럴 만하다. 미 테러 사건 후 첫 번째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인데다가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중국 건국이래 최대의 외교 행사라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신경이 쓰이는 건 very가 열 개쯤은 붙는 '중요하고도 또또또 중요한 인물'인 부시의 행차였다. 이번 테러전쟁에서 미국이 노리는 제1, 제2 과녁이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라면 그쪽의 첫 번째 표적이 바로 부시가 아닌가. APEC 회담장인 서교빈관(西郊賓館)은 덩샤오핑(鄧小平) 등 중국의 지도자가 자주 체재하던 곳이고 지난 1월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번 상하이 VIP 경호 '냉각사태'에 지하의 중국 지도자들도 으스스 추위를 탔을 것이고 20일 밤의 그 엄청난 불꽃놀이 폭음에도 놀라 꿈틀거렸을 것이다.
APEC 행사도 VIP도 중요하지만 학교, 기업, 음식점 등 상하이 전체의 5일 연휴란 지나친 것 아닐까. 또 그런 대단한 행사를 시민들이 먼발치로나마 보지도 못하게 한 것도 좀 그렇다. 아무리 좋은 광경도 볼 수 있는 '가관(可觀)'이 좋은 것이지 볼 수 없는 '불가관(不可觀)'이 좋단 말인가.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