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아리따운 여인 헤스터 프린은 늙은 남편과 떨어져 사는 동안 사생아 딸 펄을 낳는다. 그런데 헤스터가 사는 곳은 무섭도록 엄격한 청교도 마을이었다. 불륜이 용납될 리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분노했고, 결국 그녀는 간통을 뜻하는 어덜터리(adultery)의 첫 글자인 A자 주홍글씨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라는 형을 선고받는다. 그래도 헤스터는 간통 상대가 누군지를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주위의 멸시속에 수치의 세월 7년이 지난 어느 날, 새로 부임하는 지사의 취임 축하 설교를 마친 그 마을 목사 아서 딤스데일이 헤스터와 펄을 불러놓고 자신의 가슴을 헤쳐보인다. 놀랍게도 그의 가슴에는 간통을 뜻하는 A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간통의 상대가 바로 자신임을 마을 사람들에게 고백하고 쓰러져 죽는다’.
1850년 간행된 나다니엘 호손의 장편소설 ‘주홍글씨’의 줄거리다. 17세기 청교도 식민지 보스턴에서 일어난 간통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수치심을 억누르고 속죄의 나날을 보내는 고통과 아픔을 심오하게 그려나간 19세기 미국문학의 걸작이다.
지난 8월 말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69명의 명단을 발표하려 했을 때 사회 일각에선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었다. 현대판 주홍글씨로서 지나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회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명단은 발표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같은 파렴치 범죄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체면을 생명보다 더 중히 여겨온 국민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전혀 예상못한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 성매매가 신상공개 직전인 지난 8월 한달동안 55건 발생했으나, 신상공개 뒤인 9월엔 78건이 발생, 오히려 41% 증가했다는 것이다. 미성년 매매춘도 8월 38건에서 9월엔 51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우리 국민성이 그만큼 더 뻔뻔스러워진 것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신상공개가 되레 자극제로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지. 그나 저나 이젠 또 어떤 새 방법이 나와야 될는지 그게 또 걱정이다. <朴建榮(논설위원)>朴建榮(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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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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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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