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국 미국의 위신이 땅에 탁 떨어진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고공 낙하, 소프트 랜딩(軟着陸) 중이 아니냐는 세계인의 견해가 높다. '즉각 아프간 보복 공격'을 참고 참아 26일간이나 뜸을 들일 때 지구인들은 예측했다. 할리우드의 전쟁·첩보 영화처럼 치밀한 정보 분석과 작전 계획, 전략을 짜고 다듬나 보다, 그래서 보복 공격 개시 1주일이나 열흘이면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를 체포할 수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20일이 넘도록 그들은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고 이제 곧 11월 17일부터 한 달간의 라마단과 함께 겨울은 닥친다. 그래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4일 그들을 체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그로모프 전 아프간 주둔 소련 사령관은 22일 “아프간 전체와 싸우면 미국의 승리 확률은 제로”라고 말한다.
또한 탄저균은 의회, CIA, 대법원 등 미국의 중추 신경기관을 뚫고 백악관까지 침투해 '편지 끊긴 나라'를 만들어도 그 경로, 배후, 단서 하나 못잡고 이라크의 아무개 여성 세균박사를 지목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과 '속족무책(束足無策)'에다 신출귀몰과 '인출인몰(人出人沒)'의 대결이다. 게다가 탄저균 테러는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이라크의 비아냥과 함께 어이없게도 50년대 애리조나주 연구소에서 개발한 미제 에임즈(Ames) 균주(菌株)임이 밝혀졌다지 않은가. 그렇다면 자업자득이다. 오폭 시리즈도 미국의 위신을 구겨버린다. 칸다하르의 CNN 오피스, 헤라트 근교의 노인 시설과 주택지, 100명이나 사망했다는 헤라트 외곽 병원과 카불 북부 시장, 칸다하르의 버스와 이슬람 예배소, 어처구니없게도 두 차례에 걸친 적십자 창고, 카불 북부 마을과 유엔마약탐지견센터 등의 오폭이다. 한데 가장 위험한 오폭은 '라마단 공격'이 될 것이다.
아프간 전쟁의 양쪽 피해와 전세계 파장은 상상을 넘는다. 신속한 테러 주범 체포로 전쟁은 끝나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왜 테러의 표적이 돼야 하는가'의 테마와 함께 노암 촘스키가 일컫는 이른바 '불량 국가(Rogue State)'의 오해도 씻어야 할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