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상원의원 선거 때 일이다. 당
시 주지사 게리(E Gerry)는 자신의 소속 정당이 불리해 보이자, 억지로 선
거구를 뜯어 고쳐 간신히 선거에 승리한다. 그런데 그때 고쳐진 선거구가
마치 샐러맨더(salamander:도마뱀)처럼 기묘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이
에 반대당에서 게리의 이름을 붙여 게리맨더(gerrymander)라 야유했고, 그
때부터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부자연스럽게 정해지는 선거구
를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 부르게 됐다.
 딱히 게리맨더는 아니지만, 민주주의 산실이라는 영국서도 한때는 그에
못지않게 불합리한 선거구로 나뉘어졌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유권자 50
명도 채 안되는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2명을 선출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그런가 하면 인구 300만의 남부 10개주가 의회에서 236석이나 차지했던 반
면, 인구 400만인 북부 6개주에 할당된 건 68석에 불과하기도 했다. 19세
기 초의 일로서 급속한 산업화로 대규모 인구이동과 사회구조 변화를 가져
왔지만, 그 옛날 인구기준에 따라 나눴던 선거구를 전혀 손질하려 하지 않
았던 탓이다. 영국에서의 선거구 평등은 그 후로도 수십년이 지난 1885년에
야 비로소 실현된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상·하한선 비율에 대
해 ‘헌법 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선거구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과 가장
적은 곳의 편차가 3.65대 1에 이르는 등 국민 한 사람의 투표가치가 크게
달라 평등선거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법 개정시
기를 2003년 말까지로 유예하는 한편, 인구 상·하한선 기준을 3대 1로 정
하고 장기적으론 2대 1이 바람직하다는 권고조항도 내놓았다.
 투표가치가 무려 4배 가까이 차이난다면 19세기 초 영국을 흉볼 처지도
아닌듯 싶다. 영국은 이를 고치는데 수십년이 걸렸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의 정치인들은 그들보다 훨씬 현명할테니 조만간 합리적 조정안이 나오리
라 믿는다. 물론 난제가 한 둘이 아니겠지만. <朴健榮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