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이든 어깨든 신체 어느 한 부위에 문신(文身) 하나라도 새겨져 있으면 폭력배로 몰려 잡혀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정화 명목으로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치도곤을 치렀다. 1980년대 초 서슬퍼렇던 신군부 시절의 일이다. 그런 과거가 있어서인지는 모르나 지금도 문신을 한 사람이라면 으레 폭력배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하긴 보통사람들 보다는 우락부락한 조폭들의 몸뚱이에서 용 호랑이 해골 등 위압적인 모양의 문신들이 새겨져 있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문신은 아름답게 보이거나 개성을 멋지게 나타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문신도 하나의 예술이다’라고 항변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일반인들의 시각은 아직 그리 곱지는 않은 편이다.
예부터 피부색깔이 검은 민족이나 중국인들에겐 드물지만,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선 문신이 보편화되어 왔다고 한다. 기원전 2000년경의 이집트 미라에서 문신이 발견되었고, 고대 트라키아인 그리스인 갈리아인 게르만인 영국인 등도 문신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고대인들에겐 문신이 질병이나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마술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한다. 또 사람들의 지위 신분 소속을 나타내기 위해 문신이 사용됐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로마인들이 죄수나 노예들에게 문신을 새겼다는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그야 어떻든 지금 우리나라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략 600~700명의 문신시술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해마다 수천명이 문신을 새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격은 문양의 복잡한 정도에 따라 한뼘넓이에 100만~400만원 정도라지만, 수억원씩 들여가며 일본까지 가서 문신을 하는 이들도 꽤 많다고 한다. 하도 외제를 선호하는 국민이다 보니 문신마저 외제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일본인 문신시술자가 한국에 원정까지 올까 싶다.
그나 저나 문신 한번 하는데 수억원씩 들어간다면 웬만한 재산가가 아니고선 엄두도 못낼듯 싶은데, 역시 우리나라엔 부자들도 많은 모양이다. 결식자 쪽방인생들도 적지 않다고들 하지만. <朴健榮 (논설위원)>朴健榮>
수억원짜리 문신
입력 200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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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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