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야말로 북한이 지향하는 '강성(强盛)대국'이다. '약대국(弱大國)'이 아닌 '강대국'이고 '미국(微國)'이 아닌 '대국'이다. 세계 재화(財貨)의 30%를 미국이 만들고 세계 군비의 36%를 그들이 차지한다. 의회가 승인한 미국 국방예산 3천430억달러는 세계 군비 순위 2∼10위국을 합친 것과 같은 규모로 우리나라 내년 예산 112조원의 3배가 넘는다. 75년이래 노벨상 수상자의 70%가 미국인이고 세계 인터넷 인구의 40%가 미국인이다. 지난달 23일 무인 탐사선 오디세이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킨 나라도 미국이다. 그런 '팍스 아메리카나'를 대표하는 얼굴이 부시다. 그런가 하면 UNDP가 집계한 세계 187개국 중 8번째 빈국이 아프간이고 문맹률 64%, 평균수명 40세가 아프간이다. 그 아프간을 배경도 아닌 '전경(前景)'으로 바위 동굴 속에 숨어 있는 얼굴이 오사마 빈 라덴이다.
그런 두 얼굴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전자가 침울하고 주름살 깊은 심각한 얼굴이라면 명도(明度)와 휘도(輝度) 높은 표정이 후자의 얼굴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 달 가까이 2천여회나 맹폭을 퍼붓고 첨단 무기의 지상군에도 끄떡없는 아프간이다. 탄저균에도 속수무책, '테러 조직 공략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나섰고 북한에까지 테러 정보를 요청하는 곤경이 아닌가. 반대로 탈레반측은 옛 소련이 당한 것보다도 더 큰 타격과 교훈을 안겨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의용병도 지원병도 필요없다는 배짱이다. 게다가 오사마 빈 라덴을 찬양하는 민중가요가 멕시코를 휩쓸고 태국의 신생아 이름엔 '오사마' '빈 라덴'이 유행이라고 한다. 더구나 “용용 죽겠지.” 놀리기라도 하듯이 의기양양 TV에 떠올라 '종교전쟁'을 부추기는 그의 턱수염 얼굴은 전 무슬림의 영웅으로 손색이 없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Pax'는 라틴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로써만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위상은 존립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테러→보복'의 악순환이 '용서→인정→공존→평화'의 순리로 바뀌기를 전세계 종교인들은 바란다는 것을 두 얼굴은 가슴에 새겼으면 싶다.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두 얼굴
입력 2001-11-05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11-05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