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벌써 6회째를 맞지만 농업인이라는 용어가 아직도 낯설다. 농사꾼이라면 자기비하나 다른 사람이 폄하해서 부르는 말이 된다. 농부는 순박하면서 가부장적인 의미가 있으나 전근대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다. 농민은 저층 민중의 항거의식이 담겨있다. 그래서 농민을 현대적인 경영인 또는 사업주로 대접해주기 위해 농업인이라고 바꿔 부르기로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쌀 생산비는 미국의 4배, 중국의 6~7배가 되는 마당에, 쌀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비는 줄고 재고가 쌓이는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체제에서는 농업 경영인이란 호칭이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농산물 생산구조는 정부가 앞장서 부추긴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농업 생산구조를 저비용 고효율의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과거 경제개발 연대에 증산만이 살길이라며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을 권장해서 생산량은 늘었지만 땅힘이 한계에 이르고 생산비와 농가부채가 증가하면서 궁극적으로 농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86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의한 쌀을 비롯한 농산물개방에 대비, 농산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종전의 화학농법을 과감하게 유기농법으로 전환, 지금 그 성과를 만끽하고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대신하는 미생물군(群), 즉 EM(Effective Microorganisms)을 발견하고 개발해서 자연친화적인 농법으로 땅힘과 품질을 높이고 농업생산성을 품목에 따라 2~3배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가격도 낮췄다. 일본 농업인들은 지금 이 덕분에 농산물 개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입 농산물에 대한 경쟁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때마침 농업인의 날을 사흘앞둔 지난 8일 서울 농생대에서는 2003년 농생명 과학대 이전과 관련, 25만여평의 부지활용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열려 갖가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이 경쟁력 있는 값싼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농법과 기술을 개발 보급할 수 있는 활용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 成 定 洪(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