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테러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자꾸만 입귀(口角)로 솟구치는 회심의 미소, 쾌재의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 각료들의 심각한 표정과는 대조적인 얼굴들이 바로 테러 전쟁을 약삭빠른 상혼(商魂)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고 재빨리 테러 특수(特需)에 올라타는 사람들이다. '오사마' 상표부터가 기가 찰 일이다.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오사마의 캐리커처와 그를 놀리는 “Osama…You Look Flushed!(오사마 혐오스럽게도 생겼네) Bin Laden, been hiden? Times up! You lose(빈 라덴, 숨었나? 끝났어! 너 진 거야)”문구가 인쇄된 두루마리 화장지와 티셔츠, 커피 잔이 지난 10월초부터 미국서 날개가 돋쳤다.
파키스탄 상점에 나온 'USAMA'표 양말도 발매 첫날인 10월 7일부터 불티가 난다. 팬티 스타킹 모양이 15루피(약 300원), 보통은 더 싼 그 양말 메이커의 말이 그럴싸하다. “밟혀도 밟혀도 죽지 않는 오사마 빈 라덴처럼 질긴 양말”이라는 것이다. 더욱 재빠른 상혼은 테러 직후 중국 간쑤(甘肅)성 란쪼(蘭州)시 식당가에 걸린 '빈 라덴 쇠고기 면' 메뉴다. 91년 걸프만 전쟁 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이름을 딴 '사담 쇠고기 면'을 팔아 재미를 본 그 식당은 그러나 이번만은 행정 당국의 제지를 당했다. 불건전한 상문화(商文化)를 조장할 조짐이 있어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서는 또 오사마 군복과 아랍풍 스카프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미국의 콘돔 회사 유니더스의 주가 상승 이유도 흥미롭다. 걸프전 때 미군들이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콘돔을 총구 마개로 사용했다는 소문 덕분이다. 마스크, 방독면, 투명 편지 봉투, 독가스 대피용 텐트 등도 날개를 달았고 빈 라덴 표적 실내 사격장, 호신술 도장, 탄저균 테스트 기구 메이커 등도 호황이다. 자연스런 테러 특수도 있다. 성조기, 애국 노래 음반, 코란 등 이슬람 서적, 군수(軍需)·제약 산업 등이다. 다 좋다고 치자. 그럼 부시와 그 각료들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는 그 때는 언제쯤 될 것인가.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테러 상흔
입력 2001-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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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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