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정부에서 “우리도 곧 마이카(My Car)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때 대다수 국민은 반신반의했었다. 그때만 해도 자가용차(車)라면 극소수 부유층의 전유물 정도로 여겼던 것이다. 더구나 미국 일본 서구와 같은 부자나라도 아닌 우리 처지로선 언감생심이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데엔 그다지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2~3년 사이 전국의 도로마다 자가용 승용차로 메워지기 시작했고, 10년이 채 안돼 웬만한 가정에선 모두 자가용차 한 대씩을 지니게끔 됐다.
차량증가와 정비례하여 교통사고도 급격히 늘었다. 심지어 10여년이 넘도록 우리는 세계 제1의 교통사고 다발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살아오고 있다. 급작스런 차량증가에 걸맞는 교통여건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교통문화의식이 미처 따르지 못했던 탓이다. 지난해만 해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무려 1만236명이나 됐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고인 7.4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들어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 6일 현재 6천653명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천1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도 5.7명선에 머무를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 6.8명인 터키에게 드디어 OECD국가 중 최고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성급하게 마음부터 들뜰 일은 아닌 것 같다. 택시사고 사망률이 이웃 일본에 비해 무려 24배 가까이 높다는 소식이다. 지난 해 국내 택시 1만대당 3천886건의 사고(사고율 38.8%)가 발생, 43.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사고건수 1천129건 보다 3.4배가 많고, 사망자수는 일본의 1.81명에 비해 무려 23.7배가 많은 수치다.
어쩌다 부끄러운 교통사고 1등 자리는 간신히 모면하게 될는지 몰라도, 사고 다발국의 오명을 벗기엔 아직도 한참 먼 모양이다. 언제까지 이 타령으로 질척거려야 하는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