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이 저래도 되는 것인가. 알라 신에게 묻고 싶다. 뒤집어쓰고 다니는 부르카(burqa)부터가 보기만 해도 질식할 정도다. 손가락 하나 외간 남자에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 때문이다. 한데 다른 이슬람국 여성들이 쓰는 차드르(chuddar)와는 달리 얼굴까지 완전히 가린 채 눈 코 부분에만 망사를 붙여 숨을 쉴 수 있게 돼 있다. 그것은 우리 조선시대 아낙의 장옷(長衣)이나 쓰개치마, 머리처네도 아니고 어을우동, 황진이가 말을 탄 채 쓰던 요염한 면의(面衣)도 아니다. 빅토리아 여왕, 루이 황제 때의 귀부인이나 신부가 쓰던 그물 베일 또한 아니다. 옛날 죄수가 쓰던 '용수' 같은 느낌이다. 그런 부르카를 쓰지 않으면 돌에 맞아 죽거나 염산 세례를 받는다. 취학권, 피교육권이 없다. 지난 14일 BBC 라디오의 파슈토(Pashto) 방송에 출연한 블레어 영국 총리는 “빈 라덴 체포 현상금이 2천500만달러”라고 외쳐댔다. 그러나 아프간 여성은 아프간 공용어인 그 파슈토어로 편지 몇 자, 일기 한 줄 쓸 줄 모른다.
투표권, 참정권도 없고 유일한 위안이 될 TV조차 없다. TV를 사회 부패 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음악과 노래도 없다. 음악을 사악한 것으로 금단(禁斷)하기 때문이다. 단, 코란 성가와 혁명가만 허용된다. 그걸 어겼다간 가차없이 카불중앙교도소에 갇힌다. 이번 미군 폭격으로 눈먼 수사자 '마잔'만이 살아 남았다는 그 카불동물원 맞은편 교도소다. 그런 아프간 여성에게도 서광은 비치는 것인가. 아직은 위험하지만 드디어 부르카를 벗기 시작했고 '아프간의 폴 사이먼'으로 불리는 인기가수 파하드 다랴의 노래가 5년만에 라디오로 흘러나왔다. 여자 아나운서 목소리도 나왔고 카불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에도 16일부터 여자 직원이 출근했다.
지독한 어둠과 괴로움, 어이없는 질곡(桎梏)으로부터 아프간 여성은 진작에 풀려났어야 했고 구원됐어야 했다. 아프간 북부동맹군과 미군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전세계 여성 인권단체와 페미니스트 그룹에 의해서라도 진작부터 문제는 제기됐어야 했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