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라고 의기 저상(沮喪)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고속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광대역 접속(Broadband Access) 보급률이 세계 제일이고 그것도 '선진국 접속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단연 으뜸이라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엊그제 코트라(KOTRA)가 입수한 'OECD 회원국의 인터넷 광대역 접속 발전 현황'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 6월 현재 100명당 13.9명으로 2위 캐나다, 3위 스웨덴, 4위 미국을 제친 1등이고 6개월마다 조사하는 작년말 기준으로도 2위 캐나다, 3위 미국에 앞선 1위였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가입자회선(DSL) 가입자가 420만명으로 일본의 10배도 넘는다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의 1위 요인으로는 업체간의 경쟁, 높은 아파트 인구 비율, 초고속망 인프라, 그리고 미국의 49.95달러, 영국의 59.02달러, 일본의 53.79달러보다 싼 월 이용료(38.04달러) 등을 꼽고 있다.
미국에선 'internet'의 t가 묵음(默音)이 돼 '이너넷'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지만 어쨌거나 목하(目下) 우리는 세계 '정보화' 시대를 넘어 '정보' 시대의 선두를 달리는 인터넷 왕국이 된 것이다. 인터넷 개인 컴퓨터…PC는 우리뿐이 아닌 전 지구인의 생활 그 자체이자 직업이며 ID라는 제2의 대명사로 대신하는 '인간 대리'이자 '제2의 정체(正體)'가 된 지 오래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82세의 고령인 팝 잔 폴Ⅱ…요한 바오로 2세가 전세계 주교(主敎)들에게 e메일을 띄운다는 것도 신기한 일은 아니다. 이미 97년 3월24일 로마 교황청엔 고속 인터넷망이 깔렸고 그 며칠 뒤인 부활절엔 세계 각국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 음성 인식 컴퓨터에 이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와 용량의 'DNA 분자 컴퓨터'까지 이스라엘서 개발됐다는 것이고 차세대 인터넷 언어인 'XML(확장성 표기언어) 시대'까지 열리고 있다는 것이 인터넷 세계다. 바이러스 침투, 범죄 도구화, 사생활 침해, 폭력, 중독 등 역기능까지도 극복한 우리의 '인터넷 왕국' 자리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