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조선조 500년은 유교사상이 국가 사회 전반을 지배해왔다. 다소 지나치리만큼 관념화되기는 했어도 어쩌면 본고장 중국보다도 더 깊이있게 연구 실천되고 숭배 돼왔다. 특히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등 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이 되는 오륜(五倫)은 인간된 도리로 반드시 지켜야할 덕목으로서 두고 두고 교육되고 그 실천이 강요되다시피 돼오곤 했다. 덕분에 중국으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못 거창한 칭송을 실컷 들어오기도 했다.
그랬던 우리여서일까. ‘젊은이들의 어른 공경심이 17개 아시아국가들 중 가장 낮은 꼴찌로 나타났다’는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을 때, 어른들의 충격과 실망이 이만 저만 크질 않았었다. ‘이제는 위 아래도 없이 질서가 무너지고 예의가 땅에 떨어졌다’며 한탄들이 대단했었다. 이런 터에 약이라도 올리듯 외신(外信)이 이 문제를 또 들고 나왔다.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서울발 기사로 유엔아동기금의 조사를 또 들먹이고 나온 것이다.
이 신문은 어른 공경심의 상실 사례로 ‘존칭보다는 격의없는 언어 사용, 지하철 등에서의 자리양보 안하기, 어른에게 담뱃불 빌리기’ 등을 들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익숙해진 현상들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외신을 통해 이같은 사실들을 다시 접하는 기분이 결코 상쾌할 수는 없다.
그야 어떻든 일부 학자 사회분석가 등은 이같은 현상을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실패, 독재와 민주화 과정, 대북 화해, 인터넷 급속 확산 등 과도기를 겪으면서 전통적 유교가치가 붕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또 공경심 상실 원인으로 선생님은 학부모를, 학부모는 미디어를, 사회학자는 인터넷을, 정부는 서구화를 꼽고 있다고도 한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닌 분석들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도 맑지 않을 것이다’는 식의 반론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단순한 치기나 투정으로만 보여서일까.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