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God Is Dead)'는 진단서를 썼고 20세기 미국 교육학자 에버렛 라이머(Reimer)는 '학교는 죽었다(School Is Dead)'는 사망 검안서(檢案書)를 썼다. 라이머는 그의 마지막 '교육 카르테'에 “이제 학교는 인간 교육에 더 이상 필요 없도록 경직되고 말았다. 장례식을 치르는 일만 남았다”고 휘갈겨 썼다. 그게 1971년이었다. 한 마디로 아더 콤즈가 일컫는 '교육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라질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레와 이반 일리히의 공저 '탈(脫) 학교 교육론'도 학교는 죽었다는 선언서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죽었다는 신과 사망해버렸다는 학교 사이에서 오늘의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그들의 드높은 뜻과는 먼 거리에 있고 그런 깊은 사상에도 노크하고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다중은 어쩌라는 것인가. '교육 신화'가 아닌 '교육 인화(人話)'라도 찾아 학교에 가야 할 것이 아닌가.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중·고등학교 의무교육을 서두른 것도 학교가 죽었든 가사(假死) 상태든 그들의 생활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주마다 다르지만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우리의 중학교 1학년이 미국에선 7학년(seventh grade), 고등학교 3학년은 12학년(twelfth grade)에 해당한다. 캐나다는 6·3·3제(퀘벡주는 6·5제)로 16세까지 의무교육이고 호주는 6∼15세까지, 태즈메이녀주만은 16세까지다. 프랑스도 초등학교(cole primaire)를 포함해 16세까지, 영국도 마찬가지다. 독일 역시 하웁트 슐레 9학년 또는 10학년까지, 일본 또한 6·3·3, 4제로 중학교까지다. 대만도 68년부터 9년제 의무교육이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교육 선진국의 테이프를 끊는 셈이다. 중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에겐 통탄스런 일이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다만 '죽었다'는 학교를 되살리는 길, 네덜란드 교육학자 아그리콜라를 비롯한 숱한 현자(賢者)가 주창해온 전인교육 여하가 의문일 뿐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