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그렇듯이 현대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른바 ‘신용카드’의 등장도 아주 우연한 작은 사건에서 비롯됐다. 시카고 출신 실업가 프랭크 맥나마라는 어느 날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돈을 내려다가 크게 당황했다. 마침 지갑 속에 현금이 없었던 것이다. 즉시 아내에게 연락해 돈을 가져오게 했지만, 그때의 경험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다이너스 클럽이라는 크레디트 카드였다. 반세기 전 뉴욕 맨해튼에서의 일이다.
1950년 출발한 다이너스 클럽은 처음엔 주로 식당을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간단한 카드 한 장으로 거추장스러운 현금의 불편을 덜 수 있음이 입증되면서 차츰 그 대상이 넓어져갔다. 이어 1958년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신용카드 2호를 기록했고, 뱅크 아메리카 카드도 같은 해 등장했다. 그리고 1966년 매스터 차지사가 영업을 개시, 본격적인 신용카드 시대를 열게됐다. 현재 전 세계엔 헤일 수 없을 정도의 숱한 신용카드사가 수천만개의 가맹점을 갖고 성업중이다. 우리나라도 1978년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선보인 이래, 신용카드 발급수가 무려 4천만장을 넘어섰다고 한다.
신용카드는 편리한 점이 많다. 우선 현금 없이도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현금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세금이나 벌금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다. 게다가 거래내용을 투명하게 해 탈세 방지에도 한 몫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런 것 같다. 현금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지나친 소비를 자극하게 되고 툭하면 현금 서비스를 받아 한 순간에 빚쟁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할 경우 카드 빚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진다. 카드 빚을 못갚아 악성 사채를 쓰게되고, 또 그것에 빌미 잡혀 인신매매를 당하는 여성들도 가끔 나온다.
일찌감치 신용사회에 발을 들였으나, 이를 감당할 만큼 의식수준은 미처 따르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카드사나 이를 남용하는 소비자들, 누가 누구를 탓하랴만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으니 그것이 문제다.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신용카드
입력 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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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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