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무는 세모(歲暮)의 달이다. 오늘부터 거리엔 예외없이 구세군의
자선남비가 등장, 연말 불우이웃을 돕자는 종소리를 들려준다. 누구나 해마
다 이때쯤이면 지난 1년을 되돌아 본다. 그리고 새해를 설계한다. 무엇인
가 허전하고 못다 이룬 일에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이 남는다. 또 어떤 것인
가 잃은 듯 상실감에 젖기도 한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여름날 호숫가 가을의 공원…나뭇잎은 떨어
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그 눈동자 그 입
술은 내가슴에 있네…'. 시인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의 구절이다. 사라
지고 잊혀지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러
한 상실감 때문일까. 20세기 최고의 프랑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서'를 쓴 마르셀 푸르스트는 “내 작품의 재료는 나 자신의 과거로 이루어
졌다”며 과거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흘러간 시간의 자락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천식의 고통속에 고독만을 벗삼아 칩거하면서….
그러나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또 지나가는 세월을 사람이 붙잡
을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는 세월에 불안과 초조함을 느낀다. 과거
와 현실에 대한 불만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흐려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작금의 현상은 우리를 더욱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정치
인들은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교원들의 정년연장에 앞장서고 있고 공적
자금을 받은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원들은 무려 7조원이 넘는 재산을 빼
돌렸다니 그저 망연자실 할 뿐이다. 장 자크 루소는 '시간을 악용하는 것
은 아무것도 안 하는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고 말하고 있
다. 정치적 경제적 시간을 악용,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2월은 기독교에서 예수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의 시기라고 한다. 그리스도
를 맞기 위해 속죄와 선행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때라는 것이다. 모두
가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 일들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
은 고칠수 있도록 올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시간의 악용과 낭비를 막는 길이
다. <成 定 洪 (논설위원)>成>
歲暮를 맞으며
입력 200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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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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