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한다. 7의 운수와 3의 기술(실력)이 세상사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한데 스포츠 게임만은 반대로 7의 실력과 3의 운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둔한 발 감각에 의한 축구만은 다르
다. '운7 기3'의 이른바 '그라운드의 쿠데타'가 흔하다. 월드컵의 이변(異
變)만 해도 그렇다.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미국이 축구 종주국 영국을 이
길 확률은 500대 1이었다. 그런데 1-0으로 미국이 이기자 영국 신문들은 '
영국의 0-1 패배'가 잘못된 것으로 착각, '1-0 승리'의 오보를 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쪽은 미국 신문이었다. 영국 스코어 0 옆에 1이 빠진 줄 알
고 1-10으로 미국이 졌다는 오보를 낸 것이다. 난형난제의 오보 쌍곡선이었
다. 66년 영국 대회에 처녀 출전한 북한의 평균 키는 165㎝였다. 그런데도
거함 이탈리아를 1-0으로 침몰시켜 일약 '기적의 팀'이 됐고 '코레아=대이
변(大異變)'의 등식을 이탈리아에 심어 줬다.
 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 처음 출전한 튀니지가 멕시코를 이길 확률도 1천
분의 1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3-1로 역전승한 것은 '소이변(小異變)'이 아
닌 '대이변'이었고 82년 스페인 대회에서 알제리가 서독을 2-1로 무릎 꿇
린 것 역시 대이변이었다. 모로코가 86년 멕시코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내
년에 한국과 대결할 그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3-1로 이겨 토레스 감독을
다음날 해고케 한 것도 크나큰 파란이었고 카메룬이 90년 이탈리아 대회에
서 두 명이나 퇴장당한 9명으로 축구 천재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1-0으
로 누른 것도 이변 중 이변이었다.
 축구란 A팀이 B팀에 지고 B팀이 C팀에 졌다면 강한 순서는 C→B→A가 돼
야 한다. 그러나 그 C팀이 A팀에 지는 수도 잦다. '운 7' 정도는 몰라도 '
운 3'만 돼도 이길 수 있다는 뜻인가. 그러나 행운과 이변에 기댈 수는 없
다. 7할의 실력을 8→9→10으로 꽉꽉 채우는 자세야말로 절실한 관건이다.
강호 포르투갈, 폴란드 팀이 한국팀을 '밥'과 '봉'으로 알았다가 양코배기
'큰 코' 다치는 꼴을 보고 싶다.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