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러브 송(戀歌) 가수에다 ‘비틀즈'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의 유해(뼈)가 아닌 유회(遺灰)는 멀리멀리 날아 3일 뉴델리에 도착, 4일 성지(聖地) 갠지스강에 뿌려졌다. 60년대부터 힌두교는 물론, 인도의 역사, 문화, 7현 악기 시타르(sitar) 등에 심취했고 죽기 3개월 전까지도 성지 바라나시(Varanasi) 등을 방문, 갠지스강에 목욕하고 사원을 탐방하는 등 인도와 절친했기 때문이다. 97년 후두암 수술, 지난 5월 폐암 수술을 받는 등 오랜 투병 끝에 지난달 30일 LA의 한 친구 집에서 58세로 숨지자 해리슨 그의 조국은 엄청난 슬픔에 잠겼다. 영국 여왕, 총리 등 국내는 물론 전세계로부터 조전(弔電)이 답지하고 숨을 거둔 LA의 친구 집과 비틀즈의 고향인 영국의 리버풀 시, ‘비틀즈 스토리 박물관' 등은 온통 조화(弔花)로 뒤덮였다. 방방곡곡에 조기(弔旗)가 걸리고 조문록 마다엔 장사진을 쳤다. ‘존 레넌 공항'에 이어 ‘해리슨 공항'이 생길지도 모른다.
해리슨이 죽은 다음날인 1일 일본에선 마사코(雅子) 세자비가 여아를 출산했다. 지구 동서 끝 두 대표적인 섬나라의 대조적인 조사(弔事)와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조전과 축전이 하루 차이로 쏟아진 그 희비쌍곡선은 몇 바퀴 지구를 감고도 남았을 것이다. 고대하던 아들도 아닌 9번째 연속 황실의 딸인데도 일본열도의 흔희작약(欣喜雀躍), 들썩거림은 대단했다. 방송은 정규 프로를 중단, 월드컵 조 추첨 방송까지 반쯤 외면했고 신문은 대문짝 같은 글자로 호외를 냈다. 전국에 현수막과 일장기가 내걸리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뒤덮었다. 제등(提燈)행렬에다 축제용 ‘다시(山車)'가 거리로 쏟아지고 만세 소리가 폭발했다. 축하 방명록(記帳)엔 2일 동안 12만명이 축사를 썼고 오스트리아 빈 필은 탄생 축하 자장가를 작곡, 증정했다. 만산(晩産) 붐 조짐과 함께 여황(女皇)제 개헌까지 거론됐다.
영국은 슬픔의 무게로, 일본은 기쁨의 들썩거림으로 두 섬나라 땅은 아마 1㎝씩은 더 바다로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 그토록 대단한 죽음과 탄생의 명복과 행복을 각각 빌어본다. <吳東煥 (논설위원)>吳東煥>
어느 죽음과 탄생
입력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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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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