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2월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노팅햄 포레스트와 나쇼날 팀간에
유럽 남미간 최강 축구클럽을 가리는 도요타컵 결정전이 열렸다. 전반전이
끝난후 대기실로 들어온 양팀선수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이봐, 이게 정
말 국립경기장이야?” “이건 연습용 구장만도 못해.” 당시 일본 국립경기
장측은 구장에 깔린 한국잔디가 겨울에 누렇게 시든 탓으로 볼품에 신경을
쓴 나머지 비료에 녹색의 도료를 섞어 그라운드에 착색을 했던 터였다. 당
시의 관리인인 스즈키 노리요시(鈴木憲美)는 이같은 선수들의 불평을 들으
며 부끄러워 견딜수 없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후부터 4계절 푸른 한지형(寒地形) 서양잔디구장을 갖추기 위한 초종
(草種)선택, 낯선기후와 토양에 맞는 관리방법 등 일본의 노력은 20여년동
안 계속됐다. 2002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 축구경기장에는 잔디 그라운드아
래에 온돌 난방시스템도 깔았다. 겨울밤에 항상 영상 3도를 유지하기 위해
서다. 이래야만 잔디뿌리가 힘이 생겨 봄에 싹이 튼다고 한다. 이처럼 한지
형 서양잔디는 우리나라와 일본 토양에서는 가꾸기가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
이다. 일본 잔디사들은 이래서 잔디를 초록의 악마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일본은 2002년 월드컵구장의 잔디관리를 스타디움건설에 못지 않게 중요하
게 인식,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잔디에 관한 이런 얘기가 있다. 한 미국인이 영국의 아름다운 잔디구장
을 보고 “어떻게 하면 이처럼 4계절 푸른 아름다운 잔디를 가꿀 수 있습니
까”라고 물었더니 이 영국인은 “그저 매일 물을 뿌려줄 뿐입니다'라고 말
했다. 그러자 미국인이 “그럼 잔디관리는 아주 간단하군요” 하고 말하자
영국인의 말 “하지만 100년전 부터랍니다.” 잔디관리는 이처럼 오랜 시간
이 걸린다는 일화다.
 월드컵 축구 조 추첨이후 최근 각 TV화면에는 국내 10개경기장의 초록 잔
디모습이 한겨울속에서도 눈에 부실만큼 아름답게 비춰지는 일이 잦다. 월
드컵 경기장공사를 하면서 대부분 지난 봄부터 서둘러 식재한 한지형 서양
잔디들이 이 겨울을 견뎌내고 내년의 월드컵본선과 그 후에도 잘 유지될수
있을지 공연히 걱정된다. <成 定 洪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