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의 '망년(忘年)'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나이 또는 나이 차이를 잊는 것과 그해의 괴로움을 잊는 것이다. 이 말이 쓰인 지는 오래다. 양귀비 시절의 당나라 시인 원결(元結)의 시와 그의 '원차산집(元次山集)'에도 나오고 그 이전인 '진서(陳書)'나 '한서(漢書)'에도 보인다. 따라서 망년 모임, 망년 연회, 망년 모꼬지를 뜻하는 '망년회(忘年會)'라는 것이 일본 풍습이라는 주장은 속단일지 모른다. 성격은 다르지만 자고로 우리 나라와 중국에도 비슷한 세모 모임, 연말 회합은 있어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본에서는 '보넨' 또는 '도시와스레'라 하여 '忘年'이라는 말도 쓰고 우리는 안쓰는 '年忘'이라는 말도 쓴다.
한데 요즘의 '망년회' 풍습만은 일본식 그대로다. “잇키노미(一氣飮)!” “완샷(원샷)!”이라 외쳐가며 지독한 폭탄주를 단숨에 들이켜다가 까맣게 필름이 끊긴 채 큰 대(大)자로 아무 데나 쓰러져버리는 모습부터가 그렇다. 그렇게 깡그리 잊어버리는 '망년회'가 아니라 좋은 기억만은 살리는 '억년회(憶年會)'도 돼야 할 게 아닌가. 취기 끝에 묵은 감정을 쑤석거려 멱살을 잡거나 드잡이를 하는 액션도 그렇고 중년 이상 모임의 단골 메뉴인 속칭 '와이당 망년회'도 그렇다. '와이당'이란 '와이담(Y談)'이 아닌 일본말 '와이단(猥談)' 그대로다. 외설스런 이야기, 음담패설이란 뜻이다. 2라운드 또는 3라운드 끝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 노래방 풍습도 일본식이다. 이른바 '가라오케 폴립' 즉 '성대 폴립(結節)'도 망년회 끝에 다발(多發)한다. 담배 연기 자옥하고 실내 공기 탁하고 건조한 밀실에서 목청껏 노래를 뽑다 보면 목구멍의 점막이 마르고 파손되면서 발생하는 인후암이 그것이다.
더욱 피해야 할 것은 '미운 사람 욕하기' 등 114.7㏈ 세계 기록 깨기 소리 지르기 망년회나 '견공(犬公) 망년회' 등 탈선, 호화사치 망년회다. '망년회'가 아닌 망령부리는 '망령회'가 돼서도 곤란하다. 명칭 역시 '망년회' 말고 송년회, 연말회, 세모회, 세말회 등으로 바꾸는 게 좋을 듯싶다.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