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동지(冬至)다. 중부권이 섭씨 영하10도 등 전국이 영하권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밤도 1년중 가장 긴 날이다. 동짓달의 밤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으면 황진이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내어 / 춘풍 이불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 어른님 오시는날 밤에 구뷔 구뷔 펴리라'고 노래 했을까. 동짓달 밤이 길기도 하지만 님 기다리는 그리움의 깊이가 절절하다. 동짓달은 또 추위의 계절이다. 모든 생명들은 숨을 가라앉히고 때를 기다리며 슬픔과 괴로움을 달랜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통해 사랑의 이별과 슬픔을 표현했고 국내작가 최인호도 뮤지컬 겨울나그네에서 순결한 젊은 남녀의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을 그렸다.
그러나 동지는 마냥 슬픔과 괴로움의 시기는 아니다. 동지 다음날부터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듯 희망과 소생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이 신으로 삼고 있었던 미트라는 어둠을 몰아내는 광명의 신이다. 이 미트라신의 축일이 12월 25일이다. 옛 중국 주(周)나라에서는 동지를 새해의 시작 곧 설로 삼았고 우리나라에서도 다음해가 되는날 즉 아세(亞歲)라 하여 크게 축하하는 풍습이 있었다. 팥죽을 쑤어 국물을 곳곳에 뿌려 악귀를 몰아내며 새해를 맞는 준비를 한 것도 이날이다.
긴 암흑의 밤과 한파는 동지의 계절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금의 우리 정치 경제 사회가 온갖 의혹사건으로 길고 암울한 밤을 헤매고 있다. 그뿐인가. 청년실업문제를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은 아직도 출구가 보이지 않고 남북 문제는 9·11 미 테러사태이후 더욱 악화돼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아 동지의 한파속에 얼어붙어 있다.
그러나 국민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이를 대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다. 여야 모두가 내년의 대권승리만을 겨냥하고 이를 둘러싸고 정쟁만 일삼으며 이 기나긴 동지의 계절을 더욱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 실종의 슬픈 동지다.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에서 이제라도 눈을 크게 뜨고 정치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아세의 희망을 가질수 있을 것 아닌가. <成定洪(논설위원)>成定洪(논설위원)>
冬至 한파
입력 2001-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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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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