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권력층만을 대상으로 물방울 다이아몬드와 수억원대의 현금 등 전대미문의 절도행각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조세형. 그는 마치 홍길동이라도 된 듯 도둑질한 금품 일부를 고아원이나 거지 등에게 나누어줘 대도(大盜) 의적(義賊)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일부 순진한 민초들은 그의 검거를 되레 애석해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15년 옥살이를 마치고 지난 98년 출소했을 때 또 한번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신앙인으로 거듭나겠다’면서 목회자의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스원 범죄예방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찌 어찌하여 일본에까지 건너간 그가 대낮에 빈집을 털다가 검거됐다. 영락없는 좀도둑이었다. 지난 1월의 일이다.
비슷한 모습을 보인 또 한사람이 있다. 한때 ‘양은이파’를 조직, ‘서방파’ ‘OB파’와 전국 폭력계를 3분하며 기세를 올렸던 조양은. 그 또한 15년 수감생활을 마치고 95년 출소하자 교회를 다니며 간증행사에 참여하는 등 자못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TV토크쇼에 출연하는가 하면, 자신의 과거를 미화한 영화 ‘보스’를 제작, 직접 주연까지 맡는 등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출감 1년 5개월만에 억대의 스키 회원권을 갈취한 혐의로 다시 구속된다.
그뿐이 아니다. 2년 옥살이 끝에 98년 다시 출감한 그는 모 신학교에 입학했고, 실직 노숙자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에 참가하는 등 바뀐 모습을 보여주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이 역시 또 다른 범죄를 위한 제스처였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필리핀 카지노에서 수십억원대 도박판을 벌이며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했는가 하면, 영화 ‘보스’의 판권을 사실상 갈취한 혐의로 얼마 전 또 다시 구속된 것이다.
조세형과 조양은, 두 사람이 그렇게 닮은 꼴일 수가 없다. 과연 두 사람은 새 삶을 찾는데 단순히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새 삶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일까. 진실이야 어디에 있든 그들을 믿었던 수많은 이들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하기야 그같은 이들이 어찌 그 두 사람 뿐이랴만. <박건영(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