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저문다. 흐르는 세월은 모든 이를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못다한 일들이 많고 해낸 일 조차 모자람이 있어서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 이러한 자기 성찰은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준다. 옛날 우리나라의 섣달그믐날은 수세(守歲)라 하여 온집안에 불을 밝혀놓고 조상신의 하강을 기다리는 성스러운 밤이었다. 조상신은 1년 내내 집안사람들의 선악을 지켜봤다가 옥황상제에게 고하고 이날 내려와 자손들을 심판하고 부족함을 깨우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연말 일주일은 조상의 심판을 기다리며 경건하게 지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조상신이 있다면 올 한해를 어떻게 심판할지, 그리고 무엇을 깨닫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각 언론사가 선정한 10대 뉴스를 보면 한두 가지를 제외하면 모두가 어두운 일 뿐이다. 연초 언론사 세무조사의 공방에 이어 공교육 붕괴로 인한 교육 이민바람, 남북관계의 냉각, DJP공조 파기에서 비롯한 정치권 혼란, 진승현·이용호·정현준·윤태식 게이트, 건강보험통합갈등 등으로 한해를 보냈으니 말이다. 세계는 동시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중국의 WTO(세계 무역기구)가입으로 새로운 경제질서를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난제들을 두고 국익보다는 내년 대권승리를 위한 정쟁거리로만 삼아 허송세월한 느낌이다. 모두가 정치 경제 사회적 님비현상의 소산이다.
이제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새로운 시간을 새롭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과거반성이 앞서야 한다. 또 자기반성 없이 미래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병이 나으려면 환자의 정신적 신체적 자연치유력이 우선이다. 의학적 지식이나 의료기술은 이를 돕는 수단'이란 의료의 정설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병리의 자연 치유력을 강화하려면 이해와 협력, 화해와 단합, 그리고 상호간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이것은 곧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식은 국민 모두의 생활신조로 정착돼야 한다.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첫걸음 아닐까. 〈成定洪 (논설위원)〉
送舊 迎新
입력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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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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