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으면 태양도 없고 낮과 밤, 새벽도 없다. 네 마리의 날개 돋친 천마(天馬) 페가소스가 그리스 신화의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마차를 끌기 때문이고 매일 아침 동쪽 궁전을 나와 저녁이면 서쪽 궁전으로 들기 때문이다. 새벽의 신인 로마 신화의 아우로라와 그리스 신화의 에오스가 타고 태양을 인도, 하늘을 나는 마차도 두 필의 천마가 이끈다. 그런 천마뿐이 아니다. 인마(人馬), 단기필마(單騎匹馬), 마차, 역마차, 파발(擺撥)과 같은 어휘는 물론 2륜마차(gig), 2륜쌍두마차(curricle), 4륜마차(surrey), 4륜쌍두마차(phaeton), 3두 마차(troika) 등이 증명하듯 속세 인간이 타는 말 역시 몇 천년 전부터 교통, 통신, 운반의 수단과 전쟁의 도구가 되어왔다. 말이 없으면 '선구자(先驅者)'도 없고 '견마지성(犬馬之誠)도' 없다. 일에 '박차'를 가할 수도 없다. 말의 배를 차 달리도록 하는 물건이 박차가 아닌가.
'몇 마력(馬力)'으로 나타내는 힘의 상징인 말은 100∼150㎞를 시속 18㎞로 단숨에 주파하고 단거리 속도는 66㎞를 넘는다. 관운장의 적토마나 항우의 오추마 등 명마는 천리가 한달음이다. 긴 목, 긴 다리, 큰 콧구멍, 큰 가슴의 폐활량, 공기 저항 안받는 매끄러운 털 등을 타고났다. 봄에만 회임, 오전 8시경에만 분만하고 50세까지 산다. 몸값도 비싸 88 서울 올림픽 때 서울에 온 아랍산 '카리스마' 등 경기용 말은 무려 200만달러였다.
12지 중 유일하게 인간이 타고 다니는 가장 가까운 동물인 말(말띠)의 해 임오년(壬午年)이 밝았다. 1942년 임오년은 임정(臨政)이 미, 영, 중, 소에 승인을 요청하고 조선군사령부를 편성하는 등 2차대전 격변기였고 1882년 임오년은 임오군란, 대원군 청국 납치, 명성황후 충주 피난 등 대한제국 파란기였다. 1822년엔 괴질 만연, 1762년엔 사도세자가 아사(餓死)했다. 무오사화도 물론 말띠 해였다. 그러나 궂은 일만 있던 말띠 해도 아니다. 금년은 월드컵과 양대 선거 등 어수선할 것이고 미국은 '전쟁의 해'로 선포했다. 그러나 우리는 힘차게 내닫는 말처럼 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