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 종족번식에 대한 집념은 눈물겨울 정도다. 주로 미 캘리포니아와 남태평양 해변에서 지내는 그루니온이라는 물고기는 바닷물이 육지에 가장 깊숙이 들어오는 만조후 1~2시간 후를 정확히 포착해서 육지로 올라와 모래에 꼬리를 박고 산란한다. 그래야만 산란이 끝난후 썰물 때 다시 바다로 나갈수 있다. 또 정확히 2주후의 다음 만조때 알이 부화하면 치어가 썰물을 타고 같은 시간에 바다로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북태평양에서 자라는 연어는 바다에서 3~4년을 지내다 자기가 태어난 모천(母川)을 향해 수백 수천킬로미터를 거슬러 와 산란하는 회귀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2~3회에 걸쳐 최고 7천개의 알을 산란한후 기진맥진해서 처절한 죽음을 맞는 것은 장엄하기 까지하다.
그런데 이러한 동물들의 자기희생현상이 우리 인간의 몸안 세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신의 조화와 생명의 신비함에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최근 서울대 박상철 서우신교수팀이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젊은 쥐에서는 DNA가 손상된 세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포자살현상(Apoptosis)을 일으켜 다른 세포와 생체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반면 늙은 쥐에서는 손상된 세포가 죽지 않아 노화의 원인이 되거나 암세포로 발전, 암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고령자에게 암이 많은 것도 이 병든세포가 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은 약 1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이중 재생이 안되는것도 있지만 대부분 한 개가 죽으면 다시 재생한다. 의학적으로는 죽는 세포와 재생세포의 수가 밸런스를 유지해야 생체의 스트레스가 회복되는 복원력이 제대로 작동된다고 한다. 이를 가리켜 호메오스타시스라고 한다. 말하자면 사람이 심신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이러한 호메오스타시스가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어찌 동물이나 사람에만 국한된 일이라고 할수 있을까.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병든세포는 때가 되면 사라지고 새로운 세포가 재생돼야 사회 국가도 건강을 유지할수 있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