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換骨奪胎)'의 본디 뜻은 '옛 사람의 글을 본떠 짓는 것'(換骨)과 '약간의 형식을 바꿔 교묘하게 모방하는 것'(奪胎)이다. 모든 창조의 근원과 바탕은 환골탈태의 '모방'이다.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인간은 모방의 천재다. 발명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인간사(史)=모방의 역사'다. 다만 “인간은 개와 흡사하다. 먼 곳에서 개가 짖으면 다른 개도 따라 짖는다”는 볼테르의 말처럼 가치 없는 모방과 부정적인 흉내가 골칫거리다. 더욱 곤란한 것은 전이성(轉移性)이 강한 암적인 범죄 모방이다.
92년 칸 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의 미국 원로감독 앨트먼은 “9·11 미국 테러부터가 할리우드 폭력영화의 모방범죄”라고 질타했다. 그의 주장에 “옳소”라도 하듯이 즉각 액션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프로듀서들을 불러 조언을 청한 것은 미 정보 당국이었고 피터 로스 워너 브러더스 회장, 콜린 캘린더 HBO 필름 회장, 크레이그 해프너 그레이스톤 사장 등 미국 영화계 빅 오너들을 초청, 테러와의 전쟁에 묘안을 구한 것은 백악관측이었다. 한데 그들이 뾰족한 묘책을 내밀 사이도 없이 일폐백폐(一吠百吠)로 따라 짖는 개들처럼 모방 테러가 줄을 이었다. 밀가루, 베이비 파우더 등을 이용한 탄저균 모방 범죄만 해도 10월18일의 미국 슈퍼마켓 점장을 위시해 영국, 일본 등에서 잇달았고 최고 종신형까지 때리도록 입법 개정까지 서둘렀다.
그런데 무엇보다 염려했던 건 항공기 모방 테러였다. 엊그제 4인승 경비행기를 몰고 플로리다주 탬파 군도(郡都)의 42층짜리 아메리카은행 빌딩 28층으로 돌진한 자살특공대 화신이 고교 1년생이라니! 더욱 놀라운 건 '빈 라덴을 공감한다'는 영웅 찬탄 메모다. 청소년 모방 범죄란 대부분이 이상한(奇) 것을 좋아(好)하는 별난 '호기심'과 괴상한(奇) 것을 사냥(獵)하는 '엽기심'에서 유발한다. 청소년 폭력, 강도, 살인, 방화 등이 거의 그렇다. 그 고교 1년생 찰스 비숍 역시 '엽기'에 심취해 있었을 것이다. 청소년 엽기 풍조의 연화 내지 순화가 청소년 범죄 예방의 제1장 1과다.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모방범죄
입력 200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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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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