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門)'가 없으면 비행기도 못타고 천당에도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요즘 젊은이들이야 ‘게이트(gate)'하면 인터넷 사이트 문부터 떠올릴지 모른다. 게임 스팟의 발더스게이트와 크로스게이트, 상품 마케팅의 소프트게이트와 갤럭시게이트를 비롯해 사이게이트, 플러스게이트, 투어게이트 등. 하지만 나이 든 세대라면 대뜸 ‘워터게이트'부터 연상할 것이다. 워싱턴 ‘워터게이트(Watergate) 호텔'의 민주당 사무실을 도청, 서류를 훔친 CIA 요원 5명이 1972년 6월17일 체포된다. 한데 공화당 정권이 사실을 은폐, 축소하자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끈질기게 추적, 드디어 60%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닉슨 대통령을 74년 8월 사임케 한 사건이 이른바 ‘워터게이트'였다. 그로부터 ‘게이트=추문'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수문(水門)'이라는 뜻의 ‘워터게이트'는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말이다. 예루살렘의 8개 성문 중 하나가 ‘워터게이트'였고 기드론 골짜기의 기혼(Gihon)샘에서 오벨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의 동쪽 성문이 ‘워터게이트'였다는 것이 느헤미야 기록이다. 또한 국가가 멸망, 바벨론으로 끌려갔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귀환, 그곳에서 신앙과 역사를 되돌리는 모임을 가졌다 해서 성경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린다. ‘워터게이트=추문' 인식은 기독교 성경에 대한 모독이다.
지금 이 땅의 ‘게이트 시리즈'는 마치 내용도 비슷한 저질 추문 영화를 쉴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틀어주며 보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일본 어느 신문은 ‘윤태식 게이트'를 ‘한국판 리크루트 사건'이라고 빈정거린다. 리크루트사(社)가 88년 취직 정보지 ‘리크루트'의 판로 확대를 꾀해 가토 노동사무차관에게 주식 양도, 요정과 골프 접대 등을 했고 다수의 정객이 연루됐던 ‘정·관·언(言)' 유착 사건이 ‘리크루트 게이트'였다. 그런데 이번엔 부시 대통령까지 거액의 헌금을 받았다는 미국의 엔론게이트가 불거져 나왔다. 행여 닉슨의 워터게이트, 클린턴의 지퍼게이트에 이은 엔론게이트 등을 우리 게이트 시리즈 장본인들이 큰 위안으로 삼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吳東煥(논설위원)>